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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9] 새학기가 시작되니 전공서적 문의가 많습니다. 역시나 "그 책은 없습니다"로 시작해 "oo서점이나 ㅁㅁ서점으로 문의해보세요. 전화번호는..."으로 끝을 맺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참고서, 학습서를 '가능하면' 들이지 않겠다 책방을 열 때부터 마음을 먹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대학교 전공서적은 책의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기도 하고, 매입가를 정하기 어려운게 이유입니다. 

학생회나 자치회에서 앞장서서 교내에 책방을 열면 정말 좋을텐데요. 졸업생이나 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이 책을 내놓고, 필요한 학생이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텐데요. 전공서적뿐만 아니라 더 확장하면 교양서까지 갖출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 하는 곳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교과서나 전공책은 책싸개를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책이 귀한 시절이기도 했고 으레 그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달력이나 질긴 사료부대 속종이를 잘라 책싸개를 했죠. 이렇게 쓰고 보니 굉장이 오래된 일인 듯하군요. 제가 나이를 그리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먼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군요. 하하. 

며칠 전 아이에게 새교과서 책싸개를 해줄까 물었는데, "촌스럽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요즘엔 그리 하는 친구들이 없나봅니다. 예전엔 책방에서도 책싸개를 해주는 곳이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곳을 찾아보기 힘든데, 서울 상암동에 있는 책방 북바이북에 갔더니 모든 책에 책싸개를 해두어 반가웠습니다. 책방지기의 정성이 느껴지더군요.

옛 습관이 그대로 남아서 여행갈 때 가져가는 책이나 훼손되기 쉬운 책, 아껴 읽을(?) 책은 책싸개를 합니다. 여행을 가선 주로 패스트푸드점 포장용지를 주로 쓰고, 집이나 책방에선 책비닐로 책싸개를 합니다. 표지가 낡고 헤진 구하기 힘든 책은 더는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싸개를 하고 비닐봉투에 넣기도 합니다.

한때는 투명 아스테이지(아세틸 셀룰로오스acetyl cellulose지가 정확한 외래어 표기군요)가 주류였는데 책싸개에 특화된 제품들이 여럿 있습니다. 낱장으로 포장해서 팔기도 하고, 책 크기에 맞게 롤지(100m)에 말아 파는 제품[사진]도 있습니다.(온라인 마켓에 '책비닐'로 검색하면 제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일반 단행본을 책싸개하려면 폭 32cm*길이 100m 제품이 알맞습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약간 신축성도 있고, 잔돋을무늬가 있어 책과 책이 서로 붙지 않아 편리합니다. 예전 책대여점에서 주로 사용하던 책비닐보다 투명도도 더 나아진 듯합니다. 

이렇게 책싸개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꼼꼼하거나, 편집증이 있는 것은 아닌데 책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옛 선비의 책사랑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군요. 책을 아끼는 마음에 대한 옛글 가운데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남긴 <청장관전서>를 소설가 김성동 선생님이 풀어낸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솔)에서 옮깁니다.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라. 책머리를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는 곳에서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저자
이덕무 지음
출판사
베이비북스(청솔출판사) | 1998-01-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하드카바/ 262p; 20cm [목차] 목차 일러두기 = 2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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