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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8] 어제는 책방을 손님(요즘 매일 책방에 나와 독서하는 한결 군)에게 맡겨 놓고 땡땡이를 쳤습니다. 책방에서 나가봐야 갈 곳이 뻔한데 어제는 진주문고(평거동) 2층에 가서 어슬렁대며 놀았습니다. [사진]은 진주문고에서 고른 책입니다. 요즘 길고양이를 보살펴주고 있는 아내가 부탁한 책만 구입하려 했습니다만, 언제나 책방에 가면 마음에 드는 책이 한가득이라 그중에 몇 권 더 골랐습니다.

고양이와 관련된 책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내용이 자세한 백과사전 같은 책을 쥐었다가 <우리 고양이는 왜?>(앨리스)로 결정했습니다.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무엇보다 내용이 쉽고 간결했습니다. 디자인도 아이들이 함께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림이 많이 들어간 책을 선호하는지라, <캠핑 서바이벌>(이숲)이나 <에센스 부정선거도감>(propaganda>도 쉽게 손이 갔습니다.

특히 <에센스 부정선거도감>은 기획이 참신했습니다. 책으로 만들어 묶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사뭇 무겁고 진지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가지고 가볍고 재밌게, 민감한 부분도 고양이 앞발로 톡톡 건드리듯 내용을 끌고가는 솜씨가 탁월하달까요.

책 판형이나 만듦새도 일부러 "나 별 볼 일 없는 책이야" 드러내는 듯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파간다 편집부에는 유머와 위트 있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요거 재밌구나!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캠핑 서바이벌>도 그림 가득한 책입니다. 진선출판사에서 나온 '도감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런 책들은 대부분 외국 번역서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쓸 수 있는 작가들이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기획하고 작가를 발굴하고 책을 마무리하는데 큰 품이 드니 이미 만들어진 책을 놓고 번역하는 편이 출판사 입장에선 경제적이겠죠.

살인, 범죄에 대한 책은 꾸준히 구입하기도 하고 찬찬히 읽는 편입니다. <살인의 역사>(개마고원)보다 <프로파일러 노트>(마티)를 먼저 들었는데 흥미진진합니다. 인간의 가진 악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요건 평생 공부거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잡지 < Axt >가 요즘 출판계의 핫이슈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진주문고 정도선 팀장님이 추천해서 구입했는데 천명관, 배수아, 백가흠, 정과리 등등 필자들의 면면을 보고 놀랐고, 또 2,900원이란 저렴한 값에 두 번 놀랐습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고~, 라고 말하고 싶군요.

잡지명 악스트(Axt)는 독일어로 도끼를 말하는데, 책 뒷표지에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써놓았습니다.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더군요. 멋진 말입니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어야 한다."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기대어 새벽까지 읽었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 모두 좋은 책인데 잘 팔리고 있을까? 지금 다른 책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이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