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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페낭의 헌책방입니다. 이름을 잊어버렸네요. 진융(김용)의 무협지가 많았고 사가는 분들이 많더군요. 오래된 마블과 DC가 박스에 가득했는데 가격이 굉장히 쌌습니다. 몇 권 사오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D+291] 자주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거나 꼬여있을 때는 속력을 내다 속도방지턱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기분이죠. 더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풀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 맥이 풀어지고 끊깁니다.

미사여구를 붙일수록 문장은 힘을 잃습니다. 끝까지 읽어야할 책인데 어지러운 문장이 가득하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로 읽을 책이라면 덮으면 그만이지만 일로 끝을 내야할 책이나 원고라면 난감합니다.

'글이 좋으냐, 나쁘냐'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읽는 이의 주관이 담겨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어려운 문장도 어떤 이에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처럼 쉬울 수도 있으니까요.

독자의 입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작가나 번역자, 혹은 글과 관계가 있는 이와 일을 해야하거나 서평을 써야하면 경우가 달라집니다. 당신 원고가 이러이러해서 고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야 하니까요.

잠시 편집기자로 일했을 때, 정식 기사로 채택할 수 없거나 보완을 요청할 때 이런 기준으로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편집부 내부 지침 같은 것이었죠. '기사'에 대한 것이지만 다른 글을 쓸 때도 참고할 만 합니다.

문장력 부족, 시의성 부족, 보도자료 과다 인용, 외신 과다 인용, 주제 불분명, 내용 중복, 출처 불명, 사실 관계 확인 부족, 홍보성, 근거 부족, 명예 훼손 우려, 객관성 부족(주관적, 감정적, 일방적), 기사 가치 부족(공자 말씀, 내용 빈약), 표절(짜깁기), 무단전재, 기타(판단 불가)

무엇보다 문장력이 기본입니다. 좋은 문장은 짧고 간결합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 <그 후>에서 독서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을 주인공 다이스케를 내세워 "얼음을 얼음주머니에 싼 채 입에 넣었을 때처럼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라 했습니다. 정말 적절한 비유입니다. 쭈쭈바를 비닐째 물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겠군요.

"다이스케는 지금 멍하니 담배를 피우면서 읽다 만 페이지를 두세 장 뒤로 넘겨보았다. 거기에 어떤 논리가 펴 있고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좀 애를 먹었다. 그런 노력은 거룻배에서 선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했던 곳에 퍼즐 조각이 들어맞지 않으면 허둥지둥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이스케는 그래도 지그시 참고 두 시간쯤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견딜 수가 없어졌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틀림없이 그의 머리에 어떤 의미를 지닌 활자의 집합체로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살과 피에 흡수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얼음을 얼음주머니에 싼 채 입에 넣었을 때처럼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책을 덮었다."



그후

저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3-09-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 후는 나쓰메의 문학 역정에서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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