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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79] 저번 주 케이블TV에서 <딥 임팩트>를 보았습니다. 최근 <인터 스텔라>의 흥행에다 유럽우주국(ESA)이 쏘아 올린 로제타호가 10년 8개월 만에 67P 혜성에 착륙한 이슈까지 고려한 편성이었겠죠. 요즘 케이블TV에서 SF영화를 자주 방영하는 듯합니다. <딥 임팩트>는 이미 여러 번 보았던 터라 텔레비전을 켜놓고도 집중이 안 되더군요.
그런데, 딴짓을 하는 사이 멋진 대사가 나왔습니다. 전혀 기억이 없었는데 이 대사가 나오고부터 결말을 뻔히 알면서 바른 자세(?)로 시청했습니다. 역시 직업병인가 봅니다. 메시아 호의 선장 태너(로버트 듀발)와 눈을 다친 승무원 모내쉬와의 대화입니다.
태너 : 자네들은 아무도 책을 안 가져왔더군. 난 <허클베리 핀>, <백경>을 챙겨왔어. 아무도 안 읽어봤더군. 혹시 자넨 읽어봤나?
모내쉬 : 전 영화를 보며 자랐어요.
태너 : 그렇군.
(중략)
태너 : 독서를 시작하지. 백경 제1장... 내 이름은 이스마엘,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나...
임무에 실패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서 태너는 부상 당해 앞을 볼 수 없는 젊은 승무원에게 <백경>을 꺼내 소리 내 읽어줍니다. 두고온 가족조차 지킬 수 없는 절망의 순간에 <백경>은 완벽하게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책을 읽는 이유는, 마음 둘 곳조차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유머와 위트'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얻는 것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태너와 모내쉬의 짧은 대화 속에서 세대 간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이 세대 간의 차이는 책방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헌책방을 운영하며 알게 된 사실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소비하는 세대는 젊지만 정작 책을 사는 분들은 독서 습관이 밴 장년층이 많았습니다. 헌책방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겠지요.
<딥 임팩트>를 단순히 할리우드 블록 버스트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장면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먼 여행을 떠나게 되어 딱 두 권의 책을 챙길 수 있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책들이 너무 많으니 역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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