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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1] 사람에게 운명이 있듯 책도 그러합니다. 헌책방에 들어온 책들은 최소한 한번은 버림받았죠. 그 사연이 책에 깃들어 있는데, 책방지기가 되고선 책의 사연과 직접 마주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연락이 와서 직접 책을 가지러 갈 때엔 기쁨보다 슬픔을 마주할 때가 더 많습니다. 더 이상 책을 둘 수 없는 사연이란 대개 정든 집을 떠나야 하거나, 형편이 어려워지거나, 더 이상 책 읽을 사람이 없거나... 고작 1년 책방지기를 했는데도 책 속에 숨은 보이지 않는 슬픈 에필로그를 여러 편 읽은 듯합니다. 아마 책방지기를 하는 동안 그 에필로그들은 계속 이어지겠죠.
어제도 그런 슬픔 앞에 서야 했습니다. 보퉁이에 싸온 책을 정리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는다 한들 인생에서 왜 원하지 않는 부조리와 불행을 짊어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순 없겠죠.
임레 케르테스의 소설 <운명>의 한 구절입니다.
"만일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나는 점점 더 흥분하고 감정에 북받쳐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이 말은(나는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말을 멈추었다.) '나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순간적으로 갑자기 떠오른 말이었는데, 그럼에도 이처럼 분명하게 확신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책 보퉁이에서 나온 작은 팝업북 마지막 장을 찍었습니다. 주말에는 책방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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