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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51] 볼 일이 있어 진양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진양도서관은 진주시 문산읍에 있는데 지도를 보고 갔는데도 잠시 헤맸습니다. 진주시에 있는 도서관 가운데 평거동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제외하곤 찾아가기가 불편한 듯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연암도서관, 서부도서관은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곳에 있죠.

역할을 다하고 빈 공공기관 건물들, 예를 들면 옛 진주역사, 진주교육청, 법원 등 시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건물들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면 좋을텐데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진주역사는 현재 식당이 되었고 진주교육청도 민간에 분양되었죠. 이전이 끝난 법원은 어떻게 바뀔까요.

여행을 떠나면 책방도 둘러보지만, 도서관도 가보려 노력합니다. 많은 곳을 둘러보진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방콕 TCDC(THAILAND CREATIVE & DESIGN CENTER) 도서관과 교토 국제 만화뮤지엄입니다. 

TCDC는 어마어마한 예술서를 갖추고 있어 방콕에 머무는 동안 사진책을 보기 위해 며칠 내내 찾아갔던 적 있습니다. 도서관 때문에 출발 일정을 늦출 정도였으니까요. TCDC가 좋았던 것은 평소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장서 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바로 연결된 백화점 건물(엠포리움 6층)에 있어 여러모로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죠. 

공원을 끼고 있어 주변 경관도 아름다웠구요. 또 근처 책방도 많았습니다. 정말 멋진 헌책방이었던 DASA 북스토어가 가까이 있었고, 엠포리움 내에 키노쿠니야, 아시아 서점 등이 있어 책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도서관도 그렇지만 갤러리도 함께 있어 활기가 넘쳤습니다.

교토 국제 만화뮤지엄은 폐교를 활용했는데, 입장료가 꽤 비쌌지만 그만한 값을 하고도 남더군요. 지역 주민들과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화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안내문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가 일요일이었는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어떤 교실에선 1인극이 열리고 로비에선 만화 그리기 수업, 운동장에선 만화 캐릭터 촬영회, 복도에는 100인의 만화가가 그린 마이코(정식 게이샤가 되기 전 기예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예비 게이샤)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구요. 무엇보다 도심과 가까이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더군요.

싱가폴에서도 제가 찾아갔던 도서관 두 곳은 모두 지하철역과 연결된 대형 쇼핑몰 건물 내부에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도서관을 쇼핑몰에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서가 배치가 시원시원하고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구조라 좋았습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준이 최하위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인구 5만3000명 당 1곳의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현재 공공도서관의 수는 921곳이고 올해 47곳이 새로 문을 연다고 합니다.

가까운 일본이 3196, 독일이 8256, 미국이 9221곳의 공공도서관이 있는 것에 비하면(인구수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모자란 듯합니다. 2014년 1월 15일자 <헤럴드경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 수는 2008년 1.11권에서 2012년 1.53권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유네스코가 2010년 제시한 최저기준 2~3권에는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국민 수는 2008년 7만6926명에서 2012년 6만1532명으로 개선됐지만, 일본(3만9813명), 미국(3만4493명), 영국(1만4826명), 독일(1만60명) 등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서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을 아끼고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도서관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제가 보기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어 있는 공공건물을 도서관으로 전환하고, 두 번째는 일정 크기 이상의 쇼핑몰이나 기업 소유 건물에 '공공 도서관' 공간을 두도록 법으로 정하는 거지요. 도심에 비어있는 건물, 철거 대상인 건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역사성을 가진 근대건축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미셸 옹프레의 <철학자의 여행법>(세상의모든길들)에 나오는 글입니다. 예전에 인용한 적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여행은 도서관에서 시작된다. 혹은 서점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신비하게도 여행에 대한 욕망은 우리 몸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던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우리 내면에서 점점 커지게 된다. 그러다가 방랑 생활이 시작되면 우리는 목적지를 선택하고 현실화하고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 지도, 소설, 시가 쌓여 있는 책장을 찾게 된다.

좋은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멋진 장소들을 발견한다. 괴상하게 생긴 동물을 보고 싶은 욕구, 찾기 힘든 식물을 채집하고 싶은 욕구, 희귀종 나비를 찾아내고 싶은 열망, 지질학자가 되고 싶은 갈망, 어느 시인이 노래하던 하늘 아래를 걷겠다는 의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지구의 어느 지점으로 이끌고 우리는 맹목적으로 떠나게 된다."

[사진]은 여행 가서 챙겨온 방콕 TCDC, 교토 국제 만화뮤지엄 안내책자들입니다. 싱가폴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자들은 어딨는지 없군요.^^;



철학자의 여행법

저자
미셸 옹프레 지음
출판사
세상의모든길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 ; 여행하는 자 Vs 정착한 자서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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