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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캄보디아 프놈펜 240번가에 있는 '디즈북스'입니다.



[D+483] 


- 4년제 대학생 40%, 1년간 도서관 책 한 권도 안 빌려, <국제신문> 3월 9일자
- 가구당 월 평균 도서 구입비 만8천여 원... 한달에 한 권도 안 사, < KBS > 3월 4일자


최근 보도된 기사 제목입니다. 첫 번째 기사 내용을 간추려보면, 지난 해 전국 대학도서관 416곳(4년제 대학 278, 전문대학 138개)의 재학생 1명당 평균 대출 건수 7.8권이고 10명 중 4명은 책을 한 권도 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국 도서관 자료구입비 2467억 원 가운데 전자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1%라는 사실이 놀랍군요. 두 번째 기사는 2인 가구 기준 도서구입비가 1만8천6백원으로 2011년부터 4년 연속 감소했지만 오락문화 지출비는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연말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올해 지출할 도서구입비를 미리 쓴 가구들을 감안한다면 내년 이맘 때 나올 2015년 통계 결과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아마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출판계의 불황은 매년 반복되는 것이라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지난해 단행본 평균 발행 부수가 1천979부라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 발표도 있었습니다.(학습참고서를 제외하면 1천537부) 단행본을 내봐야 초판 팔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단행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초판 2천부를 기준으로 책을 만듭니다. 초판을 팔아야 겨우 제작비나 건질까 말까한데 이 정도면 책을 내봐야 적자라고 봐야합니다. 팔리지 않은 책들은 고스란히 출판사의 부담으로 돌아올테고 그런 책들이 나와 싼값에 중고책으로 온라인 책방에 돌면 신간도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 되겠죠.

정말 책을 낼만한 원고가 있어도 출판사가 쉽게 나서지 못할 상황이니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지 못할테고 인기있는 기성작가나 팔릴만한 번역서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과 경쟁력이 없는 출판사는 문을 닫고 갈수록 출판시장은 메말라가겠죠. 끝이 없군요.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나,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결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아도 안갯속입니다. 암울한 소식과는 별개로 재밌고, 특별한 아이디어를 가진, 혹은 고군분투하며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는 책방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평범한 동네 책방도 별 힘들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버린 과거였고, 오지 않을 미래인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취업 준비에, 살기도 팍팍하고, 가족과 함께 누릴 저녁 시간도 부족한 삶인데 책을 사고 읽을 시간을 낸다는 건 어찌보면 사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예전 책의 역할을 스마트폰과 TV가 대신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알맹이 없는 독서 캠페인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 바라는 지원 정책만으론 현 상황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책은 현재 '경계'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 과거와 미래의 경계, 엄숙과 방임의 경계, 문화와 오락의 경계, 대중과 마니아의 경계, 자본과 반자본의 경계, 낙관과 비관의 경계... 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지금은 어두운 골짜기 사잇길 어디쯤 있는 듯합니다.

어쨌거나 책은 '특별하긴 하나' 상품이고 자본과 산업의 부속물입니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 존 업다이크가 2006년 북 엑스포 아메리카에서 행한 연설 일부입니다. <미국 출판문화 들여다보기>(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가져왔습니다.

"독자와 작가 모두가 은둔자, 이단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구텐베르크 마을에 내리쬐는 전자 햇볕을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