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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4] 1975년판 최인훈 선생님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얼마를 받아야 할까요?

헌책방 일을 하다보면 가장 난감할 때가 '값을 매기기 힘든' 책을 매입할 때와 팔 때입니다. 요즘은 온라인 중고책방들이 많아서 매입가 판매가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곧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절판되었거나 오래된 책일 경우엔 값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최인훈 선생님이 1969년부터 1972년까지 발표한 단편을 모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76년판 문학과지성사 초판본의 경우 현재 구할 수 있는 가격이 3만원입니다. 사진 속의 책은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1975년판입니다. 당시 정가는 360원입니다. 문학과지성사판 보다 빨리 출간되었지만 초판(1972년판)이 아닌 중판이고, 문고판인 점을 감안해 1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구입하는 손님께서는 1만원이 비싸다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매입할 때는 손님께서 서운해할까, 책을 팔 때는 바가지 씌운다 오해할까 조심하게 됩니다. 헌책방에 팔러 오는 분들에겐 소중한 책이겠지만 책방에 재고가 있거나 책방지기 보기에 가치가 없다면 좋은 값을 쳐주기 힘듭니다. '적정 가격'이란 입장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값을 부르기 전에 늘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린 만큼 흔하고 헌책방에 흘러 들어오는 수도 많아 매입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오히려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이 찾는 책이 헌책방에선 대접받습니다 . 추억이 있는 책은 '돈으로' 그 값을 매길 수가 없죠.

웬디 웰치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서 헌책방 책방지기가 "혼돈으로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습니다. 그럴 듯한 표현입니다만... 현실에선 5백원, 1천원에 마음의 추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영세자영업자일 뿐입니다. 아래 내용은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서 가져왔습니다.

"가격과 가치가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하나는 돈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다른 하나는 추억의 순간들로 값이 매겨진다. 헌책방 주인들은 그 둘의 차이를 아는 특권적이면서도 위태로운 위치에서, 혼돈으로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전 제주시 책밭서점 김창삼 선생님을 뵈었을 때 책값 정하는 어려움을 말씀 드렸더니 "양심껏 팔면 되지요" 하셨습니다. 딱히 기준이 없으니 '책방지기 양심껏 ' 값을 매기는 것이 방법의 전부겠지요. 아마 이 고민은 헌책방 책방지기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구요.

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 책의 값은 얼마인가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저자
최인훈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9-03-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강고(强固)한 실험정신으로 관습을 전복시키는 새로운 서사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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