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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43] 팔레스타인의 비극

sosobooks 2014. 7. 11. 14:57



[D+243]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공습해 최소 81명이 사망하고 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하마스를 무장단체, 무장조직이라 말하지만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의 집권당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미국, 유럽 연합, 일본은 하마스를 테러 단체라 하지만 아랍 국가들과 러시아, 터키 등은 하마스를 실질적인 통치권력으로 인정합니다. 각자의 이해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이 다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민족이 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홀로코스트의 영향이 컸습니다.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나치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옛 땅(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자는 '시오니즘'은 19세기 후반부터 있었지만 국가를 세우기엔 '이념'만으론 부족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미국의 주도로 국제연합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었던 건 '학살'에 대해 방관했던 유럽 국가들이 '빚'을 갚기 위해 유대민족을 지지했던 이유가 큽니다. 아랍국과 벌인 1차 중동전쟁(1948년)에서 승리를 거둔 후 확실한 독립국의 지위를 갖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인에겐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압제자로 팔레스타인인을 억압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죄없는 아이들까지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홀로코스트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피는 슬픔을 낳고 슬픔은 다시 피의 복수를 부르는 법입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팔레스타인이 평화를 찾을 날은 언제일까요.

아래는 예전 썼던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서평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있다면 <팔레스타인>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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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인티파타'를 막을 수 없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지 이틀 째(1월 5일),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100명 이상이 어린이란다. 가자지구의 북부는 거의 대부분 이스라엘군의 점령지가 됐고, 하마스는 조건 없는 휴전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고 육해공 모든 통로를 이용해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은 못 들은 척하고 눈엣가시 하마스를 이번 기회에 뿌리째 제거하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게 이스라엘 마음대로 될까. 이스라엘이 잔혹한 방법으로 몰아세울수록 팔레스타인은 끊임없이 '인티파타(봉기)'를 외치고 일어설 것이다. 지난 1987년부터 1994년까지 계속된 8년 동안의 1차 인티파타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죽음을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은 모두 1392명(이 가운데 어린 희생자는 모두 353명이었다)이었지만 무력 탄압이 심할수록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은 거셌다. 

1차 인티파타의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었다.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 트럭이 팔레스타인 노무자 트럭을 '고의로' 들이받아 4명이 죽자 팔레스타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에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면서 팔레스타인 전체로 인티파타가 확산됐다. 

2차 인티파타도 2000년 9월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 보스였던 샤론(당시 리쿠드당 당수, 2001년 총리로 당선)이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알 아크사 사원이 있는 구역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성지로 생각하는 곳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하늘에서 계명을 받은 성스러운 장소로 메카와 메디나만큼 중요한 곳이다. 이런 알 아크사 사원을 이스라엘의 극우 강경파이자 유력 정치인이었던 샤론 방문은 팔레스타인인에게 '도발'일수밖에 없었다. 

2차 인티파타(알 아크사 인티파타라고도 함)가 일어난 후 4년 동안 287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552명은 어린이였다)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장벽'과 '정착촌'으로 팔레스타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은 철저하게 인티파타의 싹이 돋아나지 못하도록 짓밟아버리겠다는 속셈이다. 

임기 말 '보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이 계속되는 일방적 휴전은 안된다"며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은 전기톱 들고 덤비는 폭력배에게 이쑤시개 들고 맞서고 있는 것과 같다. 

이스라엘의 국제 여론을 무시한 과감한 군사행동은 부시와 오바마의 권력 이양 틈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오바마로 대통령이 바뀐들 미국의 권력을 좌지우지한다는 유대인들의 입김에 그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강경파 하마스를 이스라엘과 미국이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 팔레스타인의 안정과 평화는 아주 멀리 있을 뿐이다. 

아직 전쟁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그저 멀리 떨어진 곳의 '비극'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쟁은 총을 든 군인들만이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고 언제나 죄없는 민간인과 보호해야할 어린이들이 더많이 희생된다. 어린이들에게 총탄을 날린 그들에게 그들이 믿는 신의 불벼락이 내리길.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만화책... <팔레스타인> 

"유대인과 아랍인이 더불어 살 수 있을까요?" 

"동방에서 온 유대인들하고는 잘 해나갈 수 있어요. 이란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온 유대인들도 괜찮죠. 하지만 유럽 출신의 유대인들... 그들은 다르죠. 그들은 언제나 지배하려고 하고, 차지하려고 해요. 당신은 사람이고, 나도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람이죠. 모두 흙에서 만들어졌죠. 

로마, 비잔틴, 십자군, 터키, 영국, 모두 이 땅을 차지했었죠. 지금 그들은 어디있죠? 모두 사라져 버렸죠. 지금 소련은 어디 있죠. 사라져버렸죠. 우리 모두는 사라집니다. 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건 하느님의 힘이오. 오직 하느님만이 위대하시다오." 
- <팔레스타인> 가운데 지은이 조 사코와 아랍인 가이드 노인과의 대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온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들은 지독한 시오니스트가 됐다. 하긴 그런 비극을 겪은 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착은 더 강렬해졌을 것이다.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은 만화지만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훌륭한 책이다. 책 겉표지의 홍보문구에는 조 사코에게 '코믹저널리스트'라는 호칭을 붙였는데 맞는 이야기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와 서안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한 간단한 지식부터 여러 민족들에 의해 부침을 겪은(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민족만의 땅이 아니다) 이스라엘 지역의 역사까지 알 수 있다. 선이 굵고 선명한 그림체로 보는 팔레스타인의 암울한 현실은 곁가지가 없이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조 사코는 만화가이기 전에 훌륭한 저널리스트다. 

하지만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평화롭게 더불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조 사코도 내놓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해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은 내놓지 못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예루살렘(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란다)은 전쟁의 불씨 역할을 했다. 결국 강자인 이스라엘이 욕심을 거두지 않는 이상 팔레스타인 땅의 평화는 없다.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과 함께 아트 슈피겔만의 <쥐>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 <팔레스타인>에선 이스라엘인이 가해자라면 <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로 나온다. 두 권 모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걸작.

_01062009

*오늘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듯 마는 듯한 열여덟 번째 밤샘책방이 있는 날입니다. [그림]은 손문상 화백의 작품입니다.



팔레스타인

저자
조 사코 지음
출판사
글논그림밭 | 2011-03-3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9.11 테러의 심리적 뿌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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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합본판)

저자
아트 슈피겔만 지음
출판사
아름드리미디어 | 2014-06-1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퓰리처상, 구겐하임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한우리독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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