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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7] 책 읽기 좋은 날, 시간을 꼽는다면 오늘처럼 비 오는 날, 그리고 시린 겨울 밤이 딱입니다. 비나 눈 내리는 겨울밤이 최고죠. 날씨가 화창해서 책을 읽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런 날엔 무조건 나가 놀아야 합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 출처를 검색해 보았지만, 이해할만한 글을 찾지 못했습니다.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건강에는 도움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랜 시간 책을 읽다 보면 자세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눈도 침침해집니다. 심하면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나쁜 기운이 스밉니다. 

독선과 아집은 주로 완고한 독서인에게 볼 수 있는 질병입니다.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다른 이를 지식으로 누르기 위한 혹은 성적을 올리고 세속의 성공을 위한 독서는 독선과 아집이 세운 마음의 벽을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완고함과 지식이 합쳐지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죠. 

아무리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다 한들 세상일들을 모두 알 수는 없는 법입니다. 책을 보며 지식을 쌓기보다는 길에서 지혜 가진 분들을 만나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정수복 님은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서 "책은 생생한 경험과 사고를 억지로 문자로 잡아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독서가 오히려 삶을 황폐화하는 것이 아닐까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과하면 모자라니만 못하니 독서도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도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엔 가만히 엎드려 책 읽기 딱입니다. 정수복 님의 책에서 옮깁니다.

"문자와 책은 푸르른 삶이 불타고 남은 회색빛 재에 불과하다. 독서는, 말하자면 타고 남은 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메마른 책에 숨을 불어넣어 죽은 생각들을 살려내다 보면 책 읽는 사람의 몸에서 에너지와 물기가 빠져나간다. 문자는 현실 세계의 생생한 경험과 싱싱한 생명력을 잔혹하게 짓밟아버린다."

[사진]은 어제 책방에 나오기 전에 찍었습니다. 개미들이 열심히 줄기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가만히 보니 진딧물 치기 좋은 곳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더군요. 다음 주는 비 내리는 날이 많으니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도 늘겠군요.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저자
정수복 지음
출판사
로도스 | 2013-12-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읽지 않고 놓아두는 한 권의 책은 마른 나뭇잎들을 모아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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