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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2] 두 기사를 읽었습니다.

[한기호의 다독다독] ‘지혜의 숲’이라는 ‘종이무덤’ - <경향신문> 6월 30일자
[지금 규슈에서는] "50% 가능성만 있으면 움직인다" 다케오市의 과감한 행정 개혁 - <부산일보> 2013년 6월 1일자


첫 번째 기사는 어떤 분의 페이스북에 링크되어 있는 것을 따라가서 읽었고, 두 번째 기사는 며칠 전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님 뵈었는데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다녀오셨던 이야기를 해주셔서 찾아보았습니다.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은 '종이 무덤'으로 비판받고 있고,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시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이름이 났습니다. 두 곳 모두 제가 직접 가보질 않았기 때문에 단지 언론 기사만 놓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긴 힘들군요.

제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무엇보다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 가까이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책을 찾아 읽기 편해야겠죠. '지혜의 숲'은 그 두 가지 요건에서 점수를 받기 힘듭니다. 

파주출판도시는 기사에서 인용한 출판평론가 변정수 님의 말대로 "허허벌판에 건축전람회 도록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건물 몇 십동"이 있는 공간입니다. 출판사를 위한 독립된 '도시'입니다. 서울이나 일산 주민이 파주출판도시를 가장 많이 찾을텐데 자동차가 없으면 꽤 가기가 번거롭습니다. 제 경험으론 마음 먹고 시간을 내지 않으면 발길 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구글맵에서 검색해보니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다케오 온천 역에서 도보 15분) 시민들이 쉽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합니다. 도서관 내부 사진을 보니 서가도 대부분 일반 성인 키높이에 맞춰 제작했고, 이동하기 쉬운 디딤대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도서관을 설계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케오 시에 관한 '역사자료관'이 있다는 사실이 부럽습니다. 지역에 대한 자료와 책을 도서관이 수집하고 따로 공간을 두고 시민들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일은 본받을 점이라 생각합니다. 마땅히 도서관이 나서서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기회가 되면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한번 가보고 싶군요. 물론 '지혜의 숲'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쨌거나 많은 돈을 들여 책 공간을 만드는 거라면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지혜의 숲'에 대한 비판과 아쉬움이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죽어있는 공간을 살리는 것도 결국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겠죠. 사노 신이치의 <누가 책을 죽이는가>에 실린 '독자라는 이름의 후원자'에서 옮깁니다.

"온라인을 포함한 서점, 도매상, 전자출판을 포함한 출판사, 나아가서는 편집자, 도서관인, 그리고 서평가들. 그들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출판불황과 디지털화의 대변혁 속에서 어떻게든 '책'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다시 '책'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저자들을 서재에서 끌어내고 역사의 벽두로 밀어내고 있다. 그곳은 책을 사멸시키는 지옥의 폭포수가 떨어져 흘러 들어가는 곳일지도 모르고, 책을 근본부터 소생시키는 새로운 언어의 바다일지도 모른다. 

독자도 역시 마찬가지다. '책'의 생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같은 저자들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일지 모른다."

*[사진]은 다케오 시립도서관 내부입니다. 히와타시 게이스케 시장의 블로그에 실린 것입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 홈페이지 - 클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