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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364] 책방 개업 1주년

sosobooks 2014. 11. 10. 18:46



[D+364] 내일은 책방 연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별다른 감회 같은 건 없고, 최대한 힘을 아껴 또 1년 가보자 다짐하게 되는군요. 뭔가 일을 벌이기 보다 '내실을 다지는 한 해'라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책방 운영의 내실과 책방지기의 내실, 모두를 '업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헌책방 책방지기 1년의 솔직한 후기(?)를 말하자면 아래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동네책방은 사양 업종이 분명, 전망 매우 흐림... 폭우. 

2. 책 읽는 젊은이를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3.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책은 손님에게 외면 1순위.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지기 '직업 만족도'는 최고...


돌이켜 보면 꽤 여러 직업을 전전했었는데, 2번의 자영업과 7번의 월급쟁이(알바는 제외)와 비교해보면 책방지기는 더할 나위 없는 직업입니다. 물론 '돈의 관점'에서 보자면 빵점짜리입니다만.


이 직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도 시간을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작 돈이 많지만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단순히 시간적 여유와는 또 별개입니다. 시간이 많다고 해도 책을 읽는 일은 마음을 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양식'을 판다는 자부심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 자부심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아이들에겐 먹힐 때도 있습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하나 더 꼽는다면... 책을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책 없는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분들을 위해 항상 느긋하게, 가끔 열심히 책방을 지키겠습니다.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지은 동화책 <책 먹는 여우>에서 옮깁니다.


이제 여우 아저씨에겐 물과 빵밖에 없었어요. 읽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트 여우 아저씨에겐 읽을 것은 전혀 주지 않았어요. 독서  절대 금지라는 벌이 내려졌거든요. 

'이건 옛날 옛적에나 썼던 잔인한 방법이로군.'

여우 아저씨는 생각했어요.

'난 사흘하고 반나절도 더 살지 못할 거야.'

꼭 그럴 것만 같았어요.


* 내일은 '책방개업 1주년 기념일' 쉽니다. 11월 12일(수)부터 문 닫는 시간을 저녁 8시로 1시간 앞당깁니다. [사진]은 책방을 열기 전 작업실에 놀러온 막내를 찍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는군요.



책 먹는 여우

저자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출판사
주니어김영사 | 2009-10-11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책 먹는 여우의 행복한 책읽기책을 지극히도 좋아하는 여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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