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방일지

[D+307] 책 속에서 나온 물건

sosobooks 2014. 9. 14. 12:41




[D+307] 책을 정리하거나 살펴보다 갈피에 물건이 있으면 따로 보관합니다. 책방지기 뒤에 보관함이 있습니다. 주로 책갈피지만 메모지나 편지가 나올 때도 있고, 영수증, 사진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책을 정리하다 막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린 종이인형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꽤 열심히 그리고 오려서 가지고 놀던 걸 기억합니다. 옷을 분리(?)하니 깨알 같은 공주 그림이 있는 속옷을 입었군요. 지금은 요런 것 따윈 관심 없는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책 속에 들어있었던 물건들이 쌓이면 책방에서 전시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아직 모아둔 것이 많지 않으니 더 시간이 지나야겠지요.

아이의 그림이 들어있던 책은 크빈트 후흐홀츠의 그림에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등 유명 작가 글(모두 마흔여섯 명)을 함께 엮은 <책그림책>(민음사)입니다. 2001년 초판이 나왔는데 아직 새 책으로 살 수 있는 걸 보니 꾸준히 팔리는 모양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책 제목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도 합니다.

쉬는 날 책방문을 닫고 책방 안에 앉아 가욋일을 하고 있으니 좀이 쑤시는군요. <책그림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의 처지와 비슷해서 예전에 표시를 남겨두었던 단락입니다. 책을 읽을 때나 일을 할 때 연필과 포스트잇은 필수입니다.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니 고치기 힘든 고질입니다.

"나의 작업실 구석구석에 그리고 나의 책상 위에도 책들이 아무런 체계도 없이 쌓여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는 보게 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 책들을 선사하거나 파는 식으로 정리 작업을 이미 몇 차례 시도했다.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그러고 나자 흥미로운 현상들이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 책들을 애타게 찾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차츰차츰 나를 집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함께 바라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게 되었다." - 이반 클리마



책그림책

저자
밀란 쿤데라, 헤르타 뮐러, 아모스 오즈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1-0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타자기, 찻잔, 넓은 수평선. 크빈트 부흐홀츠의 나라는 외롭고 ...
가격비교


'책방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311] 노란 불빛의 서점  (0) 2014.09.18
[D+309] 사랑하는 문고판  (0) 2014.09.16
[D+305] 신이 만든 연옥, 담배  (0) 2014.09.12
[D+298] 추석  (0) 2014.09.05
[D+296] 9월, 독서의 달  (0)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