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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1] 책방에서 인기 없는 책을 고르라면 '사전'이 우선 순위에 듭니다. 인터넷, 전자사전,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단어를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사전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아주 가끔 사전을 구입하러 오시는 분들이 찾는 사전은 초등학생 자녀를 위한 학습용 영어사전, 어르신이 보실 옥편이 전부입니다. 

저도 종이 사전을 들춰보는 것은 옥편이 대부분이군요. 모르거나 헷갈리는 우리말이나 영어 낱말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검색합니다. 지금 나오는 사전들이 10여년 전 증보된 후 더 이상 새로운 어휘를 넣어 개정작업을 하지 않고 나오고 있으니 오히려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개정보완하지 않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신조어와 외래어가 생겼을까요. 

출판사에서도 팔리지 않는 사전의 개정보완 작업을 계속하기란 힘들겁니다. 많은 돈과 품을 들여 그 작업을 한다해도 사전은 팔리지 않을테니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사전이 잘 팔리던 시대에 좋은 사전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면 지금처럼 공백기가 생기진 않았을 겁니다. 사전이란 지식의 바탕이니 이 국가가 나서서라도 '말'을 챙겨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3권, 표제어 51만)이 있지만 옥스포드영어사전(옥스포드 출판사, 20권, 표제어 61만), 대일본국어사전(소학관, 20권, 5표제어 50만)에 비하면 내용이 부실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옥스포드영어사전과 대일본국어사전과 비교해 표제어는 비슷하지만 사전의 분량이 차이나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용례와 풀이를 실었기 때문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기간은 고작 8년이지만, 옥스포드영어사전은 68년, 대일본국어사전은 15년이나 걸렸고 지금도 개정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와나미서점이 펴내는 '고지엔'은 10년마다 개정판을 내는데 2008년판(6판)도 지금까지 100만부가 팔렸다는군요. 부러운 일입니다.

구석에 쌓아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국민족대백과사전은 아마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 확실하고, 부피가 큰 국어사전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얼마 전 일본영화 <행복한 사전>을 보았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말을 채록하고 평생을 '대도해'(영화 속 주인공들이 만드는 사전) 편찬을 위해 노력하는 노학자의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전이 잘 팔리는 일본이지만 현실은 영화 속 이야기보다 더 팍팍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은 아버지께서 보시던 <새국어대사전>(신한출판사, 양주동 감수, 1975년판)과 제가 보는 <새한한사전>(동아출판사, 1993년판)입니다.



동아 새漢韓辭典

저자
편집부 편 지음
출판사
동아출판사 | 1994 출간
카테고리
외국어
책소개
1994.01.10 / 초판 5쇄 [크기] 11.5 cm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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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전 (2014)

The Great Passage 
8.5
감독
이시이 유야
출연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조, 쿠로키 하루, 와타나베 미사코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33 분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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