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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55] 애서가의 수집벽

sosobooks 2014. 7. 24. 14:34



[D+255] 책 읽는 방법, 독서법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책을 다루는 법, 정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장소를 가건 자연스레 책이 있는 쪽으로 눈길이 갑니다. 어떤 책이 있나 어떤 식으로 꽂았나 어떤 서가인가 저인망식 탐색은 기본입니다.

뭔가 독특한 볼거리나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이라도 발견하면 질문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평소 관심 있었는데 절판되었거나 구하기 힘든 책을 만나면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에 구했나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가에서 꺼내 '이별이 예정되어 있을지라도' 진한 스킨십(?)을 해야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선 자연스레 그 책에 대해 검색하고 있을 수도..., 이게 다 직업병입니다. 그나마 책방을 열고선 욕심을 많이 버렸습니다.

애서가 대부분은 수집벽을 가지고 있고, 어린 시절 긴 '잠복기'를 거쳐 스스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고질'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 순간부터 책에 대한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일반 독서가와 장서가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기도 하죠.

사소하겐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에 대한 편애에서 시작해 책에 관한 작은 액세서리, 장서표, 장서인, 서가 따위에 대한 애호로 범위를 넓히곤, 완벽한 서재를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장서수에 집착하다 어느 순간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책에 안달하고 가진 돈을 쏟아붓기도 하죠. 거기서 조금 더 대책없이 가면 드물게 저처럼 책방지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류類'의 손님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손님이 직접 골라 건네는 책을 보면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님의 서가를 보기 전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책방지기의 촉'이란게 있으니까요. 

아래는 <꿈의 해석>, '5장 꿈의 재료와 꿈의 원천'에 나오는 프로이트 자신의 회고입니다.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나에게는 책을 수집하고 소유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나는 책벌레가 된 것이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한 때부터 졸곧 이 최초의 즐거움을 어린 시절의 추억(동생과 함께 책을 찢는)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또는 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후에 나의 서적 수집광의 '은폐 기억'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나는 일찍부터 사람이란 여러 가지 정열 때문에 쉽사리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열일곱 살 때 나는 서점에 많은 외상을 졌는데, 그것을 갚을 길이 없었다. 더구나 아버지는 나의 취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이해해 주지 않았다."

책에 대한 '정열'은 사실 자신보다 동거인(부모님, 아내 또는 남편)에게 더 고통을 주죠. 애서가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어떻게든 집으로 안전하게 들일 생각만 하죠. 톰 라비는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에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집 앞 진입로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정지 신호에 걸릴 무렵에 우리는 한바탕 현실 치료reality therapy(환자가 처한 현실을 잘 인식케 하여 현실에 적응토록 하는 심리요법)을 겪는다. 이 병의 기만성이 발동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떠오른다. 

새로 나온 탐나는 책을 끼고 집에 들어가기라도 할라치면 방망이나 전기 사슬톱을 휘두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끊임없이 욕을 퍼부어대면서 우리 마음을 졸이게 하는, 잔혹하고 매정하고 위협적이며 완전 불신에 빠져 동정이라고는 없는 아내 혹은 남편을 지나쳐서 어떻게 이 책들을 들일 것인가?"

[사진]은 프로이트의 초상입니다. 날씨가 덥군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꿈의 해석 (상)

저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출판사
범우사 | 1996-12-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꿈의 해석은 우리인간의 꿈을 재료로,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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