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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67] 짜장면

sosobooks 2014. 8. 5. 13:47



[D+267] 국수, 짜장면, 냉면, 라멘... 등등 면 요리를 좋아합니다. 한때는 맛나다 소문난 짜장면집을 찾아다니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짜장면을 만든 곳은 1905년 인천의 중국요리집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 공화춘 건물은 지금 짜장면 박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1983년 공화춘이 문을 닫은 후 오랫동안 폐허처럼 남아있었는데 2012년 박물관으로 개관했습니다.

현재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집은 북경장과 야래향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먹는 곳은 책방 근처에 있는 진짜루입니다만. '진짜루' 배달을 빨리 해주십니다. 맛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진주에는 짜장면을 파는 중국집이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청담 스님의 <마음>을 읽다 재밌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청담 스님은 진주 출신으로 불교정화운동을 이끌고 조계종 초대 종무원장을 맡기도 하셨습니다. 청담 스님이 태어난 해는 1902년인데 1919년 진주제일보통학교 학생으로 3.1만세운동을 이끌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1943년에도 독립운동 혐의로 일경에 잡혀 투옥됩니다. 불교계에선 존경받는 큰 스님이시죠.

<마음>(원각사, 1972년판)에는 청담 스님의 진주농업학교 시절 일화가 나오는데 짧게 짜장면이 언급됩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K라는 학생은 가난한 빈농의 아들이었는데, 그는 한번 그의 삼촌이 중국음식점에 가서 사준 짜장면을 먹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나 그 맛이 일품이었던지 그는 기숙사생들의 호주머니를 날마다 뒤져 그 돈으로 짜장면을 사먹었다는 것이다."

짜장면에 빠져 동무들의 돈을 털다니, K는 참으로 딱한 사람입니다. 어쨌거나 이 내용으로 1920년 이전에 이미 진주에서도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경남에선 가장 큰 도시였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당시 짜장면 맛은 어땠을까 궁금하군요. 요즘 짜장면 맛은 사실 1948년 화교인 왕송산 씨가 첨면장에 카라멜을 섞어 '사자표 춘장'을 만든 이후 굳어졌습니다. '사자표 춘장'이 나오기 전에는 원 재료 맛이 살아있지 않았을까요. 오늘 저녁은 짜장면이나 한 그릇해야겠습니다.

[사진]은 2004년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서 찍었던 '특등요리 공화춘' 간판입니다.



마음

저자
이청담 지음
출판사
삼육출판사 | 2002-05-0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청담스님의 법어집. 70년의 한 평생을 몽매한 중생을 일깨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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