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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34] 일본헌법 제9조

sosobooks 2014. 7. 2. 15:27



[D+234] 1.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위 내용은 일본 헌법 제9조 1, 2항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은 자위권만 갖겠다 헌법을 정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가 자국의 영토를 공격할 경우에만 방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그 외엔 어떠한 무력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일본 자위대가 군대가 아닌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이 자국 뿐만아니라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린 데는 아베 정권이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오로지 수비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이 컸겠지요.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일본의 군사력을 이용해 중국과 북한, 넓게는 러시아까지 견제하려는 미국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가장 강한 유대감으로 뭉친 동맹국이라는 사실은 틀림없고 그 사이 우리나라는 일본의 처사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비난하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이 위험한 것은 한반도가 분쟁지역이 되었을 경우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병력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에 대해 진실한 사과를 한 적이 없는 일본은 지금도 한반도와 만주까지 식민지로 부리던 시절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베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두 세력이 충돌할 때, 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지도자는 어리석다. 어느 한쪽의 친구가 되고 다른 쪽의 적이 되는 것이 현명한 지도자의 길이다. 중립을 지키는 경우, 승리한 세력이 그를 덮치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패배한 쪽이 고소하게 여겨 그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어물거리는 것보다 일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중국, 북한과 함께 뜻을 맞추고 입장을 분명히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상황이 돌아갈수록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베 정권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깨어 있는 일본 국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이 세상에 전쟁보다 어리석고 덧없는 짓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과 군국주의를 반대하다 옥사한 철학자 미키 기요시의 책, <독서와 인생>에 나온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일부분을 옮깁니다.

"이해가 비평의 전제로서 필요하다. 그리하여 객관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냥 수동적인 태도로 책을 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발견적인 태도로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견적인 태도로 읽으려면 스스로 뭔가 문제를 갖고 책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독서에 임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 경우 독서는 저자와 자신 사이의 대화가 된다. 이 대화 속에서 독서의 참된 즐거움을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저자가 대신 생각해 주길 바라며 독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스스로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다면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에 있는 조선인원폭희생자위령비입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터진 날(1945년 8월 6일) 2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숨졌습니다. 2012년 7월 히로시마에 있는 여러 책방을 둘러보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위령비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수학여행을 온 아이 셋이 꼼꼼하게 자료를 읽더니 두 손을 모으고 한참 동안 기도하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저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죄없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전쟁을 향해 가는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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