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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93] 책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하자면...


- 책꺼풀을 입힌다.

- 좋은 서가를 마련한다.

- 장서표를 붙이거나 장서인을 찍는다.

- 산 날짜와 장소를 조그맣게 적어둔다.

- 쪽을 접지 않고 책갈피를 쓴다.

- 낙서하지 않는다.

...


책을 볼 때 (아주 조금) 깔끔 떠는 편인데 최대한 흠이 생기지 않게 조심합니다. 자주 꺼내 읽거나 좋아하는 책은 책꺼풀을 입힙니다. 제일 좋아하는 재료가 패스트푸드점 감자튀김 봉지입니다. 특히 여행 갈 때 문고판 챙겨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감자튀김 봉지를 뜯어 책꺼풀 입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갈피는 주로 영수증을 삼각형으로 접어 사용합니다. 껌종이도 좋습니다. 삼각형으로 접어 모서리에 끼우면 훌륭한 책갈피가 되는데 접는 방법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요건 다음에 사진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장서표나 장서인은 주문을 하거나 디자인을 해야 하니 품이 드는 일입니다. 솜씨가 있다면 장서표는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군요. 저는 가격표를 써넣는 책표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여러 정보를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했는데 결국에는 쪼그라들어 딱 가격만 넣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사이즈[사진]로 만들었습니다.


노래짓고 부르는 이내씨가 진주에 공연하러 와서 선물을 주고 가셨는데,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 수리법>(6699press)이란 책이었습니다.(고맙습니다~!) "헌책을 위한 응급 수리 방법"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아벨서점, 삼성서림, 한미서점, 집현전 등 인천 배다리 헌책방과 인천문화재단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멋진 기획입니다. 이 책과 간단한 준비물만 갖추고 있으면 집에서도 상처 난 책을 깁고 고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예쁩니다. 


책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은 가위, 거즈, 냉동고, 면봉, 목공용 풀, 받침용 비닐, 분무기, 수건, 순간접착제031, 순간접착제401, 지우개, 카드, 타카, 휴지, 한지, 헤어드라이어가 전부입니다. 여기에 덧붙이면 책의 묵은 때를 닦아내는 데 저는 PB-1과 화이트보드 클리너를 자주 사용합니다. 독하긴 합니다만 효과는 보장합니다. 순간접착제는 3M, 목공용풀은 파텍스 제품이 좋았습니다. 물론 가격이 더 비쌉니다. 순간접착제 301은 두꺼운 책장, 401은 얇은 책장이 찢어졌을 때 사용합니다


이 책에서 처방과 수술법(?)을 익힐 수 있는 책의 외상은 찢어짐, 벌어짐, 떨어짐, 책등 상처, 물에 젖음 등등이 있습니다. 오래된 책의 원기를 보하는 법도 있고, 종이가 두껍거나 얇거나 상황에 따라 수리법도 다릅니다. 초보라도 쉽게 사진을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구입해두실만 합니다...라고 쓰고 강추라 덧붙이고 싶군요.


헌책을 사랑하는 헌책방의 요정 배다리씨와 인터뷰에서 옮깁니다. 배다리씨도 콧수염을 길렀군요. 흠흠. 


- 배다리씨와 헌책방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내가 지내고 있는 배다리에는 헌책방 거리가 있어. 여기는 오랜 역사를 가졌어. 토지의 박경리 선생이 헌책방을 운영했던 적도 있고 말이야. 점점 규모가 작아지고 있지만, 이것들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새악해. 책이란 하나의 역사거든. 물론 데이타 자료로 남길 수 있겠지만 책에서 볼 수 있는 시대의 디자인, 문화, 사건, 정신들 그리고 책의 질감 같은 것들은 책을 통해 감각적으로 와 닿지 않는가. 헌책방은 책들의 숲이야.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는지, 어떤 열매를 발견할지는 숲을 걷는 사람만이 알 수가 있겠지. 많은 사람들이 책의 숲을 함께 걸었으면 해.


- 왜 헌책 수리법에 대해 알려주시나요.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소중한 물건이 있다고 생각해봐.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 낡고 고장이 난단 말이야. 그렇다면 고장 난 상태로 그냥 쓰지도 못하고 진열만 해놓을 텐가. 수리하여 쓸 수 있다면 계속 써야 물건도, 나도 서로 좋은거지. 배다리씨는 헌책을 참 좋아해. 그래서 더 오래 간직하고 보려고 수리를 하는 거지. 나 같은 이를 위해 헌책수리법을 알려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