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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94] 어제 재밌는 책이 들어왔습니다. 책 제목이 <아가리>(진암사)였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갸우뚱했습니다. 하드커버 표지를 보고서 무릎을 쳤습니다. 피터 벤츨리의 <죠스> 번역판이었거든요.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렇게 강한(?) 책 제목은 없군요. 제목 글씨체도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6살에 연출한 <죠스>의 원작자가 피터 벤츨리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1974년 원작이 발표되었고, 이듬해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해서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넘긴 최초의 블록 버스터였습니다. 원작도 출간 당시 1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해마다 여름이면 <죠스>는 텔레비전에서 연례행사처럼 방영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에는 1978년 개봉했군요.

1978년 4월 10일자 <매일경제> 기사에, "식인상어와 싸우는 3명의 상어잡이가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죠스>는 8천여만원의 선전비를 들여 '죠스 껌'까지 등장, 치열한 선전에 들어갔고..."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죠스>의 상영판권은 38만 달러였는데 당시 환율로 따져본다면 굉장한 비용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가리>는 국내 영화가 개봉되기 전, 1975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아마 원작과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발빠르게 책을 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 앞 부분에 영화 화보가 실려 있는데 화보 제목이 또 강력합니다. "식인 상어, 그 영맹英猛한 정체?", "식인 상어는 사람을 노린다", "잡느냐, 먹히느냐, 필살의 일발!"... 빨리 책을 넘겨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은 김인만 님인데 머리말에 이렇게 썼습니다.

"공포와 충격은 어떤 의미에서 현대의 주조主潮일 것 같다. 중첩되는 인간사의 격동, 그리고 생활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의식들의 표현이 그것의 범주에 있으니 말이다. <아가리>는 이러한 의식을 상어에 구상화具象化함으로써 인간의 자연의 정확한 형태, 거짓 없는 섭리를 이해하고 보다 훌륭히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진암사는 <아가리>를 출간한 이듬해인 1976년 아쿠타카와 상을 받은 무라카미 류의 데뷔작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출간했다 문공부로부터 배포중지 처분과 출판사 등록을 취소 당합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극히 음란하고 퇴폐적이어서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당시 이 책을 동시 출간했던 대종출판사도 같은 이유로 등록 취소되었습니다. 진암사나 대종출판사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구입해둘만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진암사는 해외 시장 조사를 열심히 했던 출판사였던 듯합니다. 시절을 잘못 만나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 '생존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일했던 분을 만나보고 싶군요. 재밌는 뒷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조오즈'의 최후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놈은 1피이트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죽은 듯이 멈춰선 상태였다. 서서히 쇠 같은 흰색의 몸뚱이가 물러가고 있었다. 그것이 가라앉는 모습은 마치 유령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브로디는 물속에다 얼굴을 집어넣고 눈을 떴다. 그의 뒤에는 퀸트의 시체가 밧줄에 얽혀 끌려갔다.-팔은 떨어져 나갔고 머리는 뒤로 젖혀졌으며 입은 무언의 반항인 듯 열려 있었다.



죠스(영한대역문고 33)

저자
PETER BENCHLOR 지음
출판사
와이비엠(내서) | 2000-01-01 출간
카테고리
외국어
책소개
1974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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