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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318] 잭 런던, <마틴 에덴>

sosobooks 2014. 9. 25. 05:38





[D+318] 손님께서 서가 구석에 꽂혀 있던 잭 런던의 <강철군화>(한울)를 꺼내 가격을 물어보셔서 궁리 출판사에서 새로이 번역해서 나온 책을 구입하는게 좋겠다 말씀드렸습니다. 1989년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25년이나 흘렀습니다. 한울 출판사 번역판도 좋지만, 그 시절과 지금의 번역은 또 다르니까요. 

그리고 '시리즈'를 모으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궁리 출판사에서 잭 런던 걸작선을 펴내는 걸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울 출판사에서 '한울사회문학시리즈' 1편으로 <강철군화>가 나왔고 이태 후에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이 출간되었는데 두 작품을 대학 시절(90년대 중반)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땐 <강철군화>가 인기있는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모르겠군요.

<강철군화>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마틴 에덴>은 보기 힘듭니다. <마틴 에덴>과 함께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창)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소설입니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두 작품이 낱낱하게 알려줍니다. 잭 런런이나 크누트 함순이나 어린 시절부터 형언하기 힘든 밑바닥 생활을 겪고 그때 경험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소년 시절 겪은 가난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창작의 디딤돌이 되기도 합니다. 뜬금없지만 린 케인의 <나의 천사, 나의 아이들>에서 린 케인의 아들 죠니에게 영화배우 앤서니 퀸이 했던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내가 부자로 태어났더라면 나의 가고자 했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의 인생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먹는 것이 족하고 입는 것이 족하며 결국 필요한 일용품을 쉽게 얻게 되면 소년들이란 나중에 무서운 정서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소년은 아주 간단한 일용품에 대해서조차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나처럼 가난하게 성장한 사람에게는 구두 한 켤레 사는 것조차 커다란 사건으로 여긴단다. 나는 그것이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빵을 사고 방세를 내고 빚을 갚기 위해 끊임없이 매문賣文할 수밖에 없는 창작자, 예술가들은 잭 런던과 크누트 함순 살았던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모든 작가가 잭 런던이나 크누트 함순처럼 고생 끝에 빛을 보는 건 아니죠. 예술가가 적어도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그리고 가난한 예술가에게 재능기부하라는 것은 폭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옆으로 이야기가 새는군요.

자신의 한계상황까지 밀어붙여 글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마틴 에덴>과 <굶주림>을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게 있을 듯합니다. 오래 전 읽은 터라 가물거리지만 <마틴 에덴>에는 아주 쉽게 이야기를 생산하는 공식(?)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고하셔도 좋겠군요. 실제 응용하기는 힘들겠지만요. <마틴 에덴>도 궁리 출판사의 '잭 런던 걸작선'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강철 군화>를 읽으면 사회주의자였던 잭 런던의 선견지명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시 넘겨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문장이 수북합니다. <마틴 에덴>도 다시 한번 구해 읽고 싶군요. 아래는 <강철 군화> 일부입니다. 주인공 어니스트 에버하트와 그의 아내 애비스와의 대화입니다.

..............

"마침내, 수백 년간의 노고 끝에, 민중들의 시대가 되는 거지요. 나는 지금까지 그 날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지금 보니까 내 생전에는 그 날을 못보고 말 것 같아요."

어니스트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사회적인 진보는 절망적이리만큼 느리지, 안 그래요, 내 사랑?"

내 두 팔이 그이를 안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내 가슴 위에 기대어졌다. "노래를 불러서 날 재워줘요." 그가 짓궂게 말했다.

"나는 미래의 환영을 그려보는 데 신물이 났고. 그만 잊고 싶어요."
.............

[사진]은 작가로 성공하기 전 노동자 시절의 잭 런던입니다.

* 내일은 노익상 선생님을 모시고 다섯 번째 '사진가 만남'을 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철군화

저자
잭 런던 지음
출판사
궁리 | 2009-03-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조지 오웰, 레온 트로츠키, 아나톨 프랑스, 하워드 진이 감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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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저자
잭 런던 지음
출판사
한울 | 1991-08-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강철 군화의 작가가 계급간의 사랑을 주제로 개인의 삶과 사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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