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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45] 2013년 배낭 메고 책방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26개월 적금 넣은 돈으로, 10개월동안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해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가는 여정으로 계획했지만 사정이 있어 중간에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싱가폴에서 여행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죠. 5개월 남짓 떠돌며 책방들을 둘러보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다 책방에 가면 책을 구입하곤 했습니다. 우편으로 부치지 못하고 한동안 짊어지고 다녀야 했을 때는 책 때문에 조금 과장하여 피곤죽이 되어 숙소에 돌아와 쓰러져 잘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다음 행선지로 옮겨 숙소를 찾을 때까지가 가장 곤욕이었죠. 배낭의 3분의 1이 책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책을 검색하다 반가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도쿄의 서점>(나무수)이 번역 출간되었는지 몰랐습니다. 이 책을 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쌍둥이빌딩(KLCC) 내에 있는 키노쿠니야 서점에서 원서로 구입했었습니다. 따로 일본어책 코너가 있었는데 잘 보이는 매대에 서점 관련 책이 놓여있었고, 그 중에 <京都 本屋さん紀行>, <TOKYO 本屋 さん紀行>(사진)을 구입했습니다. 

서점 2층에 예술서 코너가 있고 카페가 있어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책방을 만들어볼까 이 책을 펴놓고 고민했었죠. 이 책을 넘기며 장서수와 책방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며,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생각했습니다. 그 문제는 (정말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차적인 것이라는 매우 비이성적인 낙관론으로 스스로를 몰아갔다고 해야겠군요. 하하. 어쨌거나, 얕은 한자 실력과 전자사전을 동원해 책을 훑으며 행복했습니다.

<도쿄의 서점>이 출간된 줄 알았더라면 말레이시아에서 굳이 구입하지 않았을텐데요. 이 책을 구입하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국내에 있는 멋진 동네 책방들도 이렇게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으로 펴내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구요.

올해 가을쯤 스쿠터를 타고 일본으로 책방기행을 떠나보았음 좋겠다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해부터 일본어도 배우고 있습니다. 떠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오겠죠. 여행을 떠나 아름답고 멋진 책방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란, 글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서경식 선생님의 <소년의 눈물>(돌베개)에서 옮깁니다. 번역자 이목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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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년의 눈물>을 만난 것은 지금부터 7년 전 일본의 한 책방에서였다. 그 자그마한 공간, 벽면마다 빼곡히 들어찬 책들 가운데 이 책의 어떤 힘이 나를 이끌었는지 불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라는 앙금처럼 남아 있던 소박하고 해묵은 의문 때문은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글에 서린 긴장과 복잡다단한 감정, 한낱 미문에 머물지 않고 부단히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두 사회를 응시하는 선생의 시선을 내가 감당하기란 턱없이 버거운 일이었다. 낯선 작가와 작품은 접어두더라도, 글을 옮기는 동안 내내 나를 괴롭혀온 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럴 때면 '이것이 원래 우리말로 쓰인 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푸념도 늘어놓았지만, "표면에 드러난 낱글자나 어구에 얽매이기보다는 시인의 참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진정 그 글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故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는 맹자의 말을 떠올렸다. 

*이번 주말도 쉽니다. 놀진 않고 꽃바람공방에 서가 만들러 갑니다. 책방 일정은 홈페이지www.sosobook.co.kr 달력을 보시면 됩니다.



도쿄의 서점

저자
현광사 MOOK 지음
출판사
나무수 | 2013-04-16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최초의 도쿄 서점 가이드북!도쿄 현지인들의 핫 플레이스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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