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방일지

[D+449] 독서의 공간과 시간

sosobooks 2015. 2. 3. 23:48



[D+449] 독서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겠지요. 누군가에겐 집이, 다른 이에겐 도서관이, 그 사람에겐 카페가... 아침, 점심, 저녁, 밤... 시간도 호불호가 나뉠 겁니다. 

저는 역시 집이 편합니다. 식구들이 깨어있는 동안에는 거의 책 읽기가 불가능하니 다들 잠자리에 든 늦은 밤이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군요. 서재나 작업실이 있다면 훨씬 집중해서 독서를 할 수 있겠지요. 책방에서도 독서가 가능하지만 손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호흡이 끊길 때가 많습니다. 사위가 어둡고 조용해야 집중이 가능한 것은 성격 탓이겠지요.

뒤돌아 보면, 직장생활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로 살았을 때가 독서하기엔 가장 완벽했던 시간이었습니다. 9년 정도 그리 살았는데, 회사에 있는 시간만 제외한다면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죠. 좁은 원룸에 책을 쌓아두고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1년쯤 강화도에 있는 폐교에서 홀로 살았던 때가 가장 완벽했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복이 넘치는 '독서인'으로 살았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눈코 뜰 새없이 바빠졌지만, 온전한 밤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절은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바람 소리만 들리는 춥고 적요한 밤 3평 작은 숙직실에 앉아 나지막히 라디오만 켜놓고 책 읽는 즐거움이란,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해야겠군요.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겐 미안했지만요. 

독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이야말로 독서의 전제조건이구요. 일하는 낮에 책 읽는 시간을 낸다는 것은 무리고 집으로 돌아와 느긋하게 책을 펼 수 있는 삶을 찾는다는게 요즘 같은 시대엔 참 어렵습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바쁘게 사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일과 사색과 독서의 균형 속에서 2년 2개월을 살았던 헨리 소로의 삶을 준다해도 TV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있는 이상엔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는 <숲 속의 생활>(샘터사)(원제는 'Walden : or, the Life in the Wood'인데 <월든>으로 번역한 출판사들이 더 많습니다.)에서 '독서'에 대해 따로 한 장을 할애했습니다. 

숲 속 생활에서 독서는 그에겐 큰 즐거움이었지요. 고전을 편애하는 그의 '진중한' 독서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이야기는 새겨둘 만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그 생활에 있어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던가. 우리들의 기적을 설명해주고 새로운 기적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마도 우리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것이 어디에선가 말해지고 있는 것을 우리들은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을 흐트리고 괴롭히고 곤혹케 하는 같은 문제가 옛날의 모든 현인들에게도 일어났던 것이다. 그 어느 하나도 예외가 없이 말이다.

그리고 각기의 사람들이 그 역량에 따라 그의 언어, 그의 생활을 갖고 그것에 해답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예지와 함께 관대한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진] 헨리 소로의 초상과 그가 살았던 통나무집 삽화입니다.



숲속의 생활

저자
H.D.소로우 지음
출판사
샘터(샘터사) | 1987-03-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