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0] <작은 책> 2월호 읽기

[D+450] 며칠 전 진주문고에 구입한 잡지 <작은 책> 2월호를 오늘 끝까지 읽었습니다. 노동자들을 싼값에 부려먹다 해고하고 사업장(진주센터)까지 폐업한 삼성전자의 '갑질'을 까발린 제가 사는 동네 '일터 이야기'도 실려 있고, 직장맘의 고단함을 진솔하게 쓴 옛 직장 후배 글도 우연히 만났습니다. 정도선 진주문고 기획팀장님이 쓴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 sixty nine> 추천글도 읽구요.

<작은 책>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를 모은 잡지이지만 시절이 어렵다보니 따뜻한 이야기보다 분노를 삼키고, 답답한 마음을 다스려야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권력과 자본을 앞세워 '갑질'을 서슴지 않는 기업주, 정치꾼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특집글, '내 삶에 영향을 준 사람'에서 서정홍 님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마음을 담아 읽게 되는군요.

"이 세상에 어머니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가 되었을지, 일만 하는 일벌레가 되었을지, 돈만 생각하는 돈벌레가 되었을지, 눈에 보이는 것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었을지, 무엇이 소중한지 모르는 멍텅구리가 되었을지, 마음 나눌 벗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었을지, 가난한 농부 귀한 줄 모르는 얼간이가 되었을지, 내가 살려고 남을 속이는 사기꾼이 되었을지, 그리하여 귀한 밥만 축내는 버러지가 되었을지, 어쩌면 도시 시멘트 속에 갇혀 이미 송장이 되었을지.... 누가 어찌 알겠는가."

지식을 많이 쌓고,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일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르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다른 이의 아픔을 딛고 선 자들이란 인두겁을 뒤집어 썼을 뿐입니다. 

중학교 교과서엔가 '난사람'이 아니라 '된사람'이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있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뽐내는 난사람보다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된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공부를, 책 읽기를 이름을 날리고, 큰 돈을 벌기 위해 한다면 아~ 생각만해도 머리도 마음도 팍팍해집니다. 봄이 눈 앞에 왔다지만 우리들은 슬픔이 지뢰밭처럼 깔린 세월을 살고 있군요.

후지와라 신야는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고 했지만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겐 무어라 위로를 해야할까요. <작은 책>을 덮으며 한숨을 길게 쉬었습니다.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는,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결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꺼지지 않는 성화이기 때문이다." - 후지와라 신야,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푸른숲)

*[사진]은 얼마 전 부산 칠산동 골목길에서 찍었습니다. 철 모르고 피었던 동백이 지고 있더군요. 그때 남긴 메모입니다.

부산 생각다방 근처 골목길을 걷다 철 모르고 피었던 동백을 보았다. 대부분 시들고 볼품 없었다. 아름다운 시절은 짧고 덧없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그 흔적만으로도 모자람이 없다. 한껏 펴보지도 못하고 저물어가는 존재의 슬픔은 비애에 가깝지만 절정에 이르렀다 야위어 가는 것들의 애처로움은 낭랑朗朗한 기운이 있다. 이미 봄은 소리 없이 수평선 언저리만큼 와 있는게 아닐까?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또한 침묵으로부터 겨울이 그리고 여름과 가을이 온다." -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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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2월호)

저자

편집부 지음

출판사

작은책 | 2015-02-01 출간

카테고리

잡지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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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저자

후지와라 신야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1-06-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당신과 내가 사랑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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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저자

막스 피카르트 지음

출판사

까치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 침묵,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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