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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0] 책방에 오시는 손님께 드리기 위해 책갈피를 만들고 있는데 밑그림이 나왔습니다. 예전엔 책을 사면 책갈피를 끼워주는 책방이 많았죠. 책껍질을 싸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요즘엔 그런 곳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책방에서 받을 수 있는 책갈피 대부분 출판사 홍보용입니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했습니다.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부엉이 세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마리는 책을 읽고 두 마리는 책 읽는 부엉이를 보며 웃는 모습으로 그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까칠한 '중2'(올해 중2가 됩니다) 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하긴 쉽지 않죠.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이 있었으나 아이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습니다. '웃고 있는 부엉이'를 이야기 했을 때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부엉이는 웃지 않아. 시크하거든." 시크한 부엉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하하.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책방 간판에 들어간 부엉이 소소도, 책갈피 그림도 아이에게 그려달라 부탁한 이유는... 추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이야깃거리가 쌓이는 거겠죠.(물론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도 큽니다. 흠...)


색을 칠해달라, 더 세밀하게 그려달라 등등의 부탁은 깨끗이 거절당했습니다. 여기서 책갈피는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크라프트지나 두꺼운 색지에 광고 문구 넣어 양면으로 인쇄를 하고 구멍을 뚫고 종이끈을 달면 제법 그럴 듯한 소소책방 첫 번째 책갈피가 나올 듯합니다. 만든 것이 다 떨어지면 새로운 버전으로 시도해보겠습니다.


뒷면에 들어갈 문구는 정했습니다. 요건 펜으로 써서 넣을 생각입니다. 크리스토퍼 몰리의 <유령서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책 한권을 파는 일은 단순히 종이와 잉크 풀로 이루어진 340그램짜리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누군가의 인생을 파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 유머, 밤바다에 떠있는 배들... 진정한 책 한권에는 이렇게 세상 모든 것이 담겨있다."


* [사진]은 지금까지 그린 밑그림과 열심히 작업 중인 아이 모습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유령서점

저자
크리스토퍼 몰리 지음
출판사
현인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그렇다고 뭐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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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책방

저자
웬디 윌치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3-07-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언젠가 '다른 삶'을 찾아 떠날 당신, 책과 서점,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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