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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9] 며칠 전 책방일지에 썼던 내용 중에 <시대정신>이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그에 이야기입니다. 사진과 만화를 좋아해 '해방의 미학, 판화, 사진, 만화'를 다뤘던 1985년에 나온 두 번째 <시대정신>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으로 구했습니다. 이 잡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겨레>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아래는 책방지기 페이스북에 쓴 내용입니다.

1. <시대정신> 대단한 잡지다.

2. 며칠 전 책 갈피에 끼워져 있던 책 목록에서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책을 검색해 주문했는데 오늘 도착했다. 1997년 금서 목록에 올라 안타깝게도 1984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세 번째 권까지만 나왔다. 1985년 제2권의 주제는 '해방의 미학'이었고, 사진도 다뤘다. 필자로 윤희성, 최민식, 성완경, 김민숙 님의 글이 실렸고, 정동석, 김대식, 김영수, 김윤주 님의 사진이 화보로 나온다.

다른 이와는 달리 사진가 윤희성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아도 나오는 것이 없다. 그가 쓴 '사진인의 의식과 자세-역사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에 따른' 원고에도 "1952년 서울 출생, 사진작가"라고 매우 짧은 소개만 나올 뿐이다. 그의 글은 날카롭고 비판적이다. 문학과 미술계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창조적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1980년대에 들어서도 사진계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개탄한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길지만 읽어볼만한 글이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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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1985년에 김규진에 의해 이 땅에 사진이 들어온 이후 해방 전까지 긴 공백으로 말미암은 사진적 전통과 정신의 볼모로 사진문화가 꽃필 수 있는 비옥한 토양과 환경이 결여됐었다는 점이다.

둘째. 6.25 이후 태동하기 시작한 사진 운동과 전개라는 것도 극소수를 제외한 압도적 대다수가 아마튜어들로써 작가 의식이 미흡한 상태였었고 그 당시 사회에서 사진을 소화해낼만한 전시와 표현의 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셋째. 사진 그 자체를 독립적인 장르로서 인식한 것이 아니라 회화의 종속적인 관계로 파악하여 사진의 본질적 표현은 저만큼 밀어놓고 회화 모방적인, 탐미적이고 유미주의적인 경향으로 일관해왔다는 점이다.

넷째. 사진작가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무교양으로 인한 역사적, 시대적, 사회적 의식의 결핍과 시대사조와 정신을 직관하는 준열한 작가 정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다섯째. 젊어서나 늙어서나 나이에 구애됨이 없는 줄기찬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정진해나가는 왕성한 의욕은 보이지 않고 젊었을 때 해놓은 작업을 밑천으로 한 곳에 또아리 틀고 앉아 거기에 걸리는 것이나 먹고 살겠다는 작가로서의 조로와 단명을 들 수 있다.

여섯째. 구세대의 낡은 전통과 질서를 비판적으로 수용 계승하여 자기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전통과 독창적 표현의 지평을 확립하겠다는 후진들의 치열한 작가 의식과 사명감이 박약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급진적 개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모든 전통적인 사회적 관계를 뿌리째 뽑으려 하면서도 문화에서의 급진적이며 실험적인 개인주의를 두려워한 관료들의 보수적인 사고 방식과 그로인한 정치적 사회적 제약을 들 수 있겠다.

3. 30년이 지난 오늘의 사진계는 어떤가? 이런 진지한 글을 읽어본 지가 오래되어 잘 모르겠다.

* 아래 링크는 <시대정신>대한 <한겨레> 2014년 9월 29일자 기사다.

http://www.hani.co.kr/a…/culture/culture_general/6573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