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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26] 다음 주 책방은 쉽니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8월 1일~9일) 휴가입니다. 워낙 날씨가 무더우니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진 못할 듯하고 가까운 곳에서 하루 날 잡아 천렵이나 즐기고 납작 엎드려 그동안 쌓아둔 책들이나 넘겨볼 생각입니다. 이런 날은 사실 집에 가만히 있는게 좋죠. 여름 휴가철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은 고통(?)을 동반합니다. 여행을 떠나기엔 역시 여름보다 봄이나 가을이 낫죠.

요즘 휴가철에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는 글을 많이 봅니다. 저도 세 권을 추천하고 싶군요.

1. 철학자의 여행법 | 미셸 옹프레 | 강현주 옮김 | 세상의 모든 길들

저자인 미셸 옹프레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여행이란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아가 이끄는 대로 니체의 원근법으로 세상을 보고 바슐라르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사이(entre-deux)의 시공간을 꿈처럼 떠다니다가 현실 속 이타카로 귀환하는 것!"

책 뒷표지에 있는 이 문장을 읽고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고 내뱉었습니다. 위 문장을 해석해보았습니다. 어렵군요.

"여행이란 진실을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다이모니아)를 따라 자신의 관점(니체의 원근법주의)으로 세상을 보고 존재의 이면을 꿰뚫는 상상력(바슐라르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공간과 시간과 문화와 사회의 경계(사이)에서 꿈처럼 떠다니다 오디세우스처럼 마지막 목적지(이타카)인 현실로 돌아오는 것."

실제 책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주석이 풍부하게 실려 있고 번역도 매끄럽습니다. <철학자의 여행법>은 휴식의 연장선에 있는 여행이 아닌 나를 인식하고 나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사유로 가득한 책입니다. 여행서라고 하면 경험이나 정보를 담은 에세이류가 대부분인데 <철학자의 여행법>은 깊이가 다릅니다. 읽는 내내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김할 수 있달까요.

2. 여행하는 나무 | 호시노 미치오 | 김욱 | 갈라파고스

20년 동안 알래스카의 자연을 사진에 담았던 호시노 미치오는 훌륭한 사진가이자 에세이스트기도 합니다. 그는 캄차카 반도에서 취재하다 불곰에게 습격당해 마흔셋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책은 알래스카에 정착한 지 17년이 흐른 후에 썼습니다. 이국에서 온 여행자가 아닌 그곳에 사는 주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알래스카 이야기입니다. 여행자의 시선이란 아무리 마음을 내려놓고 본다해도 사람과 공간의 진면목을 집어내기 힘듭니다. 진솔한 글은 그곳,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사이로 진득하게 녹아들 때만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저자가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 계기가 재밌습니다. 도쿄의 한 헌책방에서 조지 모블리의 알래스카 사진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19살 청년은 사진집에 나온 쉬스마레프 마을로 엽서를 보냅니다. 1년 후 답장을 받고 그는 그곳으로 떠납니다.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는 가끔 엉뚱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곤 합니다. 여행을 떠나서도 문명의 이기를 놓을 수 없는 이들에게 호시노 미치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곳엔 문명이 없다. 대신 우주의 진정한 모습이 숨어 있다. 빙하 위에서 보내는 고요한 밤, 차가운 바람, 반짝이는 반짝이는 별빛... 정보가 적다는 사실은 사람의 내부에서 어떤 힘을 만들어내게끔 유도한다. 그래서 인간은 더 많은 무언가를 상상하게 된다."

3. 캠핑 서바이벌_여섯 친구의 무인도 표류기 | 필립 라보르, 자크 반 긴 | 유진원 옮김 | 이숲

최근에 출간된 책입니다. 맨몸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6명의 좌충우돌 종횡무진 표류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지만 그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흡사 실제 있었던 일인 듯 생생합니다. 장담하건데 책 읽는 장소가 캠핑장이나 바닷가라면 아이들도 충분히 좋아할만한 책입니다. 닌텐도 게임 중에 '로스트 인 블루'를 해봤던 아이들은 더욱 이 책에 열광하겠군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을지라도 책에 나오는 몇 가지는 충분히 따라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책의 구성이 현실적입니다. 탐사-살 곳 만들기-불 피우기-채취하기-낚시하기-조리하기-마시기-형편없는 사냥, 훌륭한 수확-입고 신기-몸 챙기기기-화장실도 화장지도 없는 생활-좋은 날씨, 나쁜 날씨-줄과 매듭-배를 띄우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조난을 당했을 경우 실행에 옮겨야할 순서대로 매뉴얼처럼 엮었습니다. 재미와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책입니다.




철학자의 여행법

저자
미셸 옹프레 지음
출판사
세상의모든길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 ; 여행하는 자 Vs 정착한 자서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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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

저자
호시노 미치오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06-05-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여 년간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들을 담아낸 야생사진작가 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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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서바이벌

저자
필립 라보르, 자크 반 긴 지음
출판사
이숲 | 2015-07-1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무인도에 표류한 네 명의 소년과 두 명의 소녀가 구조되기까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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