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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7] 지난 7일 <책방일지>가 도착하고 오늘까지 배달하고 택배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야 한숨 돌리겠군요. 1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책방잡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첫 번째 잡지라 만듦새를 욕심냈지만 이렇게 만들어선 지속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만들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글을 쓰고 끝내도 될 것을 굳이 잡지로 펴낸 이유는 온라인에 올리는 글은 휘발성이 강하다 생각했고, 독서는 결국 손끝으로 활자가 박힌 종이를 넘기는 것에서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일은 비용도 품도 많이 듭니다. 욕심을 내면 끝이 없죠.

책방잡지를 모두 팔 때까지 잠시 숨을 돌리고, 9월에는 한달 남짓 오토바이를 끌고 일본으로 헌책방 기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다녀와선 두 번째 책방 소설책을 엮고 일본 다녀온 이야기로 세 번째 여행서 만들 예정입니다. 내년 이맘 때쯤엔 두 번째 책방잡지를 내놓겠지요.

여기까지가 현재 제가 세워놓은 '단기' 계획입니다. 따져보면 무대책에 현실감이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세상에 완벽한 계획이란 없으니까요.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대부분은 몽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몽상이 가끔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죠.

구독기간(?) 이후에는 '지속가능'에 무게를 두고 몸피를 줄이고 힘을 빼고 여유를 갖고 잡지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기서 더 여유를 부리면 어떻게 하느냐 핀잔하실 분도 계실 듯합니다. 아래는 지난해 그러니까 일본 헌책방 기행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되겠다 마음 먹었을 때쯤 썼던 일기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처지도 고민도 변한 것은 별로 없는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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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일...

영화 캐릭터로 말하자면, 절망 가득한 세상을 떠도는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유파를 마음 속 깊이 동경하나, 현재 내 처지는 <쇼생크 탈출>의 앤디를 처음 만났을 무렵 감옥 안에서만 오지랖 넓은 레드(모건 프리먼) 쯤 되고, 미래는 아마 <해피 엔드>의 시니컬한 나이든 헌책방 주인(주현)과 근접하지 않을까. 이미지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지는 건 저 영화들에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원고 정리와 옮겨쓰기는 끝이 없구나... 읽어야 할 책은 계속 쌓이고.

"아톨브라우즈서점은 20년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나는 그 서점을 떠올릴 때면 이상하게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그려진 아름다운 덧없음이 떠오르곤 한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한낮 사이에, 하루아침에 서점이 사라져버리기나 한 듯 말이다. 어쩌면 아톨브라우즈서점은 너무 여렸는지 모른다. 충분히 나이 들기 전에 떠나버린 이 서점은 여름을 나기에 지나치게 옷을 껴입었는지 모른다. 그 화사한 얼굴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2011년 옛 아톨브라우즈서점 터에는 아름다운 예술과 다자인, 꽃이 가득했다. 어쩌면 서점은 늘 그러기를 꿈꿨는지 모르겠다. 서점에 있던 책들을 스코틀랜드 피틀로크리의 서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 서점도 기차역 근처라니 책들은 여전히 기차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 <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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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달팽이책방에서도 <소소책방 책방일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김미현 대표님 고맙습니다.




오래된 빛

저자
앤 스콧 지음
출판사
알마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서점은 어디인가요?" 열여덟 개의 오래된 빛을 찾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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