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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84] 여기 사람이 있다

sosobooks 2014. 8. 22. 13:13




[D+284] 옛 일터 선배가 200권이 넘는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또 멀리서 선배가 찾아와 사진책 여러 권을 두고 가셨습니다. 책 박스를 여니 철거민의 삶을 기록한 <여기 사람이 있다>가 나왔습니다. 2009년 1월 19일, 벌써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가물거리는 용산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 책은 참사가 일어나고 두 달 후에 출간되었습니다. 

핍박받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기록은 필요합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죽은 자와 살아남의 자를 모독하는 폭력"에 대항하는 기록입니다. 어느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비극의 속 이야기를 옮겨쓰는 일은 가슴 아프고 힘든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죠.

삶터와 일터를 빼앗길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밀양, 강정마을은 용산참사의 현재진행형입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겠지요. 사람보다 돈, 삶보다 경제를 우선시 하는 이들이 권력을 잡고 놓지 않는 사회에서 참사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과 정치권력이 뒤로 손잡고 벌이는 지저분한 거래는 공권력을 앞세우기에 더 위험합니다.

이 책 머리에 실린 박래군 선생님의 글입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진실은 불편하지만 우리는 한편 이미 알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부디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기를.... 더 이상 사람이 살기 위해 망루를 짓지 않고 더 이상 살기 위해 그곳에 오르지 않고, 더 이상 '저기 사람이 있다'며 울부짖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여기 '사람'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표지 사진은 판화가 이윤엽 님의 작품입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후 표지에 실린 작품을 팔아 기금을 마련했었습니다. 그때 저도 작품을 샀습니다. 책방 열고 들어오는 입구에 붙여두었습니다. "돈보다 책, 책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책방운영 원칙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했죠. 책을 보내준 김미선, 김대홍, 박수원, 조명신 선배, 후배 최은경, 김호중... 이 글을 대신해 감사 인사 올립니다.

오늘은 스물한 번째 밤샘책방입니다. 주말에는 쉽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저자
조혜원, 안미선, 김일숙, 자그니, 김순천 지음
출판사
삶이보이는창 | 2009-04-0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지난 1월 20일, 서울의 한복판 용산에서는 믿을 수 없는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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