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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348] 가을은 독서의 계절?

sosobooks 2014. 10. 25. 04:47




[D+348]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처럼 청명한 가을 날에 어딘가 틀어박혀 책을 읽는 것은 탐탁지 않은 일입니다. <무소유>에 실린 법정스님 글이 생각납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못박아놓고들 있지만 사실은 독서하기에 가장 부적당한 계절일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청청淸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엷어가는 수목의 그림자가 우리들을 먼 나그네 길로 자꾸만 불러내기 때문이다.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서 책장이나 뒤적이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고리타분하다. 그것은 가을 날씨에 대한 실례이다."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책 읽기 좋은 계절은 밤이 긴 겨울입니다. 스님은 오히려 무더워서 바깥 일을 할 수 없는 여름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는데 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부담없는 문고판 챙겨갑니다. 시집도 괜찮습니다. 이번 일요일 스쿠터 타고 제주도로 여행 떠납니다. 책방은 목요일에 문 엽니다. 이번에 떠날 때는 R.M. 린드버거의 <바다의 선물>(범우사)을 챙겨갈 참입니다. 어디 바닷가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읽으면 좋겠군요. 

그녀는 이 책의 첫 장에 "바닷가란 독서하거나 집필 혹은 사색할 장소는 아니다" 말했지만요. 그래도 어디 풍광 좋은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다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바다의 선물>에서 옮깁니다.

"어떤 진실된 심적 단련이나 정신의 드높은 비상을 즐기기에는 해변은 너무 따뜻하고 축축하고 부드럽다. 그런 데서는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풀어 책과 원고지와 회답이 너무 늦어진 편지와 심을 잘 다듬은 연필과 작업 목록 그리고 훌륭한 의욕까지, 색이 바랜 마대 가방에다 툭 불거지도록 잔뜩 집어 넣고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책장은 들추어보게도 되지 않고 연필심은 부러지고 원고지 꾸러미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처럼 고스란히 동댕이쳐져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거나는 물론이고 사색에게 잠기는 일마저도 불가능하다."

*사진은 지난 제주여행 갈 때 완도에서 찍었습니다. 완도항에 가는데 고금도에서 완도로 넘어가는 도선을 탔었습니다. 완도도 고금도도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무소유

저자
법정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04-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생의 참 진리를 전하는 법정 스님의 대표작! 지나치게 소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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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선물

저자
R.M 란드버그 지음
출판사
범우사 | 1996-08-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바다의 선물』은 린드버그 여사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역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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