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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340] 장서의 괴로움

sosobooks 2014. 10. 17. 04:59




[D+340] 소소책방에선 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으로도 값을 치를 수 있습니다. 물론 신용카드도 가능합니다.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받으면 주로 제가 읽을 책을 사는데 씁니다. 상품권이 들어오면... 무슨 책 을 사서 읽을까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제 퇴근하며 도서상품권을 들고 진주문고에 가서 책 두 권을 골랐습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꼭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습니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이었는데, 간 김에 김상규 님의 <사물의 이력>(지식너머)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식탁, 화장실, 책상, 침대로 자리를 옮기며 메뚜기식 책읽기(?)를 했는데, 역시 재밌었습니다.

책을 사모으면서 직접 겪었던 고생담이 책 내용과 많이 겹쳐 재밌을 수밖에요. 거기다 저자가 콧수염을 기르고 있어 더 감정이입이 됐달까요. 하하. 책방을 열기 전까지 소원은 책을 한 곳에 모아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약 8천권 정도 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집,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 자취방 이렇게 세 곳에 나뉘어 있었습니다. 시골에는 묵은 책, 집에는 아이들 책과 한번 걸러낸 책, 서울 자취방에는 사진집과 계속 사모으는 책들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오고 오래된 재래시장 건물 2층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서 대충이나마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책방을 열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책방이 좋아서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책을 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장서의 괴로움'을 끝낼 방법이 책방을 여는 거라 생각했는데,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건 함정이군요. 책이 새로이 들어올 때마다 실타래 없이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걷는 기분입니다.

지칠 줄 모르고 책을 수집하는 사람에 대해 오카자키 다케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필요 이상으로 끊임없이 쌓아두는 사람은, 개인차가 있긴 하겠으나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생활 공간 대부분을 거의 책이 점령하는 주거란, 일반 상식에서 보면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멀쩡한 정신은 아니다.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한도 끝도 없이 갖고 싶은 책이 눈앞에 아른거려 계속 살 수밖에 없은 비틀어진 욕망뿐이다. 게다가 그에 대한 반성마저 별반 없다."

맞습니다. 책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죠. 아무리 많은 책이 쌓여있다고 한들 새로운 연인(?)이 끊임없이 눈 앞에 나타나니까요. 바람둥이라고 욕을 먹어도 사랑이 싹 트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책방을 열며 책 욕심을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렇군요.

<장서의 괴로움>에는 장서가 뿐만 아니라, 책방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 책에 실린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다' 편에 나오는 글입니다. 

"어떤 사람은 헌책방 일이 책을 싸게 사들여서 비싸게 팔아 먹는 되먹지 못한 장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마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헌책방 주인 편인 나는 헌책방 주인이자 소설가 데쿠네 다쓰로가 <소세키를 팔다>(본게이슌주)에서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러요"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뒤이어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오토와칸이 성실하게 장사한다는 사실은 책 매입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구든 장서를 건네 주는 입장이면 어떤 상황에도 마음이 아프고 후회가 된다. 장서를 사들이는 헌책방 주인도 사업이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들 사이에는 일종의 공범 관계라 할 만한 기운이 흐른다."

장사에 서툴다는 이야기를 듣긴 싫지만, 책을 다루는 일, 특히 헌책을 사고 파는 일은 돈보다 사람과 책에 대한 감정에 휩쓸릴 때가 많아서 문제긴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한번 가보고 싶은 책방들이 많습니다. 내년에 일본으로 책방 여행을 떠나려 계획 중인데 따로 목록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후쿠오카 시의 '아시바분코'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시바분코'도 책방일기를 연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 소개된 일기입니다.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다'는 말에 어울리는 일기입니다.

"대부분 20년쯤 된 일반서라 가져가기도 뭣했지만 팔려는 아주머니 인상이 좋아 순간 올바른 사고력을 잃고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다. 상인 실격이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장서의 괴로움>은 웃고 공감할 내용이 아주 많겠습니다.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정은문고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는군요.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수집의 발견' 시리즈도 읽기도 전에 호감이 생기는군요.

* 이번 주말 책방 쉽니다.




장서의 괴로움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출판사
정은문고 | 2014-08-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러다간 집이 무너질 지도 몰라. 장서술이 필요해“독서인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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