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방일지

[D+221] 서울 국제도서전

sosobooks 2014. 6. 20. 15:43



[D+221] 어제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저렴한 값에 책을 한 보통이 사서 오긴 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강연이나 전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커다란 책 할인매장 같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고 저렴한 값에 책을 사오는 것 외에 재밌게 도서전을 꾸밀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요. 

예를 들면 요즘 인기있는 책에 대한 팟캐스트 진행자를 모두 초청해 도서전에서 공개방송 한다든가, 문구나 서재 가구도 함께 전시한다든가, 작가의 서재 공간을 그대로 옮겨 보여준다든가, 책에 관한 퀴즈쇼를 한다든가, 아이와 엄마가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본다든가... 전시에 집중하기보다 지금보다 더 체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2010년 도쿄국제도서전에 다녀왔었는데, 도서전 전시홀 내에서 다양한 서재 가구를 구경할 수 있었고 바로 옆 전시공간에서 국제문구-지제품전이 함께 열려 구경거리가 많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가구-문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니 함께 묶어도 좋을 듯합니다. 매년 열리는 서울국제문구-사무기기전시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을 같은 시기에 하면 어떨까요.

어제 도서전에 다녀오느라 하루 책방을 비웠는데, 다음 주는 내내 밖으로 싸돌아 다닐 계획입니다. 네 번째 책방유람을 떠납니다. 제가 없는 동안 책방 문은 열릴 때도 있고 닫힐 때도 있을 겁니다. 스쿠터를 타고 (가능하면)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고 올 예정입니다. 어디를 찾아갈 지 구체적인 계획을 잡진 않았습니다. 오전에는 이동하고 오후에는 도착지 근처에 있는 책방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동거리가 제 생각엔 1,500km쯤 될 듯합니다.

하필 출발하는 내일 비가 올 모양입니다. 출발하겠다 이미 날짜를 잡은터라 비가 오든 안 오든 떠날 생각입니다. 장마 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꽤 스펙타클한(?) 유람이 되겠군요. 저번 제주도 책방유람도 마지막 날 폭우가 쏟아졌었는데 말이죠. 

책방유람을 떠나는 이유는... 다른 책방을 둘러보고 책방지기님들을 뵙고 싶은 것이 첫 번째고, 제 엉덩이가 워낙 가벼워 오랫동안 책방 의자에 붙이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두 번째를 위해 첫 번째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고 꼬집는 분도 계셨습니다만,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데 첫 번째를 위해 가는 겁니다. 하하.

내일은 부산까지만 갈 생각입니다. 비 맞고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 온몸이 물에 빠진 느낌입니다. 손가락이 퉁퉁 불겠군요. 기상청 예보가 내일만은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를 안고 달리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니까요. 헤르만 헤세의 산문 '비 오는 날'의 일부입니다. 

"야트막한 물가를 빗방울이 때리고 바람은 축축한 나무를 눅눅하고 싸늘하게 스친다. 나무는 죽은 물고기처럼 납빛으로 번쩍이고. 모든 것이 엉망이어서 제대로 맞는 것도, 소리를 내는 것도 없다. 무엇 하나 즐겁게 해주지도, 따뜻하게 해주지도 못한다. 모든 것이 쓸쓸하고 서글프며 난장판이다. 현絃이란 현은 모두가 멋대로 울리고 색채란 색채는 모두 잘못 되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그것은 어제 마신 술 탓도 아니고 내가 누웠던 나쁜 침대 때문도 아니며 비 오는 날씨 탓도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악마가 깃들여 현 하나하나를 엉망으로 맞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불안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어린 아이의 꿈에서 오는 불안, 동화와 학창 시절의 운명에서 오는 불안이. 그 불안.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 휩싸였다는 느낌, 우수와 구역질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세계는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책방유람 다녀오는 6월21일부터 27일까진 공식적으론 책방문을 닫습니다. 책방일기도 돌아올 때까진 업데이트가 힘들겠군요. 혹시 책방을 찾으실 분들은 책방으로 전화(070-8994-4334)해서 저 대신 책방을 지키는 분이 있는 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사진]은 첫 번째 책방유람 떠났을 때 완도에서 찍었습니다.



방랑(범우문고 39)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출판사
범우사 | 1999-1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의 글은 많이 배운 사람이 머리를 짜내 쓴 글이 아니라 스스로...
가격비교


'책방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234] 일본헌법 제9조  (0) 2014.07.02
[D+232] 전국일주 책방여행  (0) 2014.07.01
[D+219] 사진 잘 찍는 법  (0) 2014.06.18
[D+218] 회전율(?)이 높은 책  (0) 2014.06.17
[D+218] 아이유 <꽃갈피>, 대오서점  (0)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