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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19] 사진 잘 찍는 법

sosobooks 2014. 6. 18. 15:48



[D+219] 가끔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합니다. 어제도 어떤 카메라를 구입해야 하는지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 묻는 분이 계셨습니다. 아마 책방에 사진책 사랑방이 있어서 책방지기가 전문가라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제 자신도 아직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는 아마추어지만 제가 아는 것에 대해선 최대한 친절하게(?) 알려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능력입니다.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듣는 분은 어렵다고 하실 때가 있으니까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제대로 짚어주는 책이 있습니다. 장 자끄 상뻬가 지은 <라울 따뷔랭>입니다. 사진과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강추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절판되었습니다. 책방에 있던 책도 팔린지 오래군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저렴한 값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구입해서 보시면 좋겠군요. 아마 읽고나면 사진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인생에 대한 잔잔한 깨달음은 덤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썼던 <라울 따뷔랭> 서평입니다. 덧붙인 [그림]은 본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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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은 자전거와 사진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꼬마 니콜라>의 삽화를 그렸던 장 자끄 상뻬. 자전거에 관한 짧은 글이 들어 있는 삽화집이다. 자전거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자전거를 탈 줄 몰랐던 '라울 따뷔랭'이 나중에 자전거 가게의 주인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자전거를 '따뷔랭'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의 아내조차 따뷔랭이 자전거 탈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원래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법이다.

그런데 영원한 비밀이 있던가. 따뷔랭이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한 사람의 등장으로 폭로되기 직전까지 간다. 따뷔랭 앞에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던 한 사람. 바로 사진가 피구뉴의 등장으로 말이다. 피구뉴는 마을에 사진관을 열고 "단숨에 다음과 같이(책을 봐야한다) 빼어난 인물 사진들을 만들어 냈다."

피구뉴는 따뷔랭의 '따뷔랭 타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 생각엔 참 좋을 것 같은데요. 사진 말이에요. 하늘거리는 바퀴가 달린 자전거에 올라, 언덕 높은 곳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내닫는 당신 모습. 바람 속에서 아닌게 아니라 바람이 좀 있어야 할거예요. 아니면, 그렇지! 비가 좀 와야지 물 그림자가 어리게끔..."이라는 말로 따뷔랭에게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다.

따뷔랭은 결국 '언덕 높은 곳'에서부터 '따뷔랭'을 타고 전속력으로 내려왔고 피구뉴가 찍은 따뷔랭의 모습은 프랑스는 물론 외국 언론에 커다랗게 실린다. "무모한 사이클 주자, 광적인 묘기를 선보이다"는 제목으로. 언덕에서 '따뷔랭'을 타고 언덕에서 추락한(?) 따뷔랭은 3개월동안 병원 신세를 진다. 그는 목숨걸고 자신의 비밀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사실 따뷔랭과 마찬가지로 피구뉴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과 비교하며 털어놓는다. 피구뉴의 비밀은 언제나 '결정적 순간'을 놓친다는 것. 그리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던 따뷔랭의 걸작 사진은 실은 모두 '실수'로 찍힌 것.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는 사진가의 괴로움은 100% 이해하고도 남을 듯싶다.

따뷔랭은 피구뉴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을까? 책을 직접 보시길... 현재 절판이라 헌책방을 통해야만 구할 수 있다. 자전거와 사진을 모두 좋아한다면 한 권쯤 소장하고 있어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현대인들의 일상을 따뜻한 페이소스로 담아낸" 삽화 뿐아니라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명문장'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좋은 사진이라, 글쎄,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된다? 하나의 구성 속에 담긴 균형이라고나 할까요? 그래 그거지. 균형. 균형이 없다면 아무것도 좋은 게 만들어질 수 없는 거죠. 무슨 말인지 알겠죠?"

"젊은 여자란 방식은 다르지만 캄피오니시모 자전거 변속 장치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과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것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는 것,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 비밀 이야기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장 자끄 상뻬는 교칙 위반으로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포도주 중개인 밑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했다. "이것저것 안해 본 일이 없었다. ... 자전거로 포도주 병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쓰러졌다. 정말 끔찍했다." 아마 <라울 따뷔랭> 이야기는 당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는 징집 연령이 되기 전에 자원 입대했고 1960년 르네 고시니를 만나 <꼬마 니콜라>의 삽화를 그리기 전까지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기도 힘든 생활을 했다. 아마 그의 따뜻하고 위트있는 그림과 글은 모두 그가 경험한 인생의 쓴맛에서 오랜 세월 연마된 것이리라.

내가 구해 읽은 책은 열린책들에서 1998년 출간됐던 큰 판형 <라울 따뷔랭>이다.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라울 따뷔랭>으로 제목이 바뀌어서 2002년 다시 출간됐으나 이것도 절판. 자전거 붐에다, 사진찍는 인구도 엄청나게 늘었으니 다시 출간되어도 사랑받는 책이 될 듯. 

*내일(19일)은 서울국제도서전 보러 갑니다. 하루 책방 문 닫습니다.



라울 따뷔랭

저자
장자끄 상뻬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1998-07-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꼬마 니콜라와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린 프랑스 작가의 원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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