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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4] 문학 작품 속 주인공 가운데 가장 대책없는 독서가를 꼽는다면 단연 '돈키호테'입니다. 밤새워 책을 읽다 결국엔 제정신을 잃게 되는 바보같은 인물이지만 저는 무척이나 그를 사랑합니다. 읽는 데 골몰해 집안 가득 책을 쌓아놓고도 모자라 책을 사기 위해 땅을 팔았죠. 책을 위해서라면 재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 캐릭터라니 매력이 넘치고도 남습니다.

(설사 이룰 수 없을지라도) 순수한 열정으로 꿈을 좇는 인간의 전형인 돈키호테는 오랜 세월 추기경의 수행원으로 유럽 각지를 여행하고, 군에 입대해 레판토 해전에 참전했다 부상당하고, 해적에 붙잡혀 노예 생활을 했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이베드라 자신의 삶과 인격이 투영된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듯 마는 듯한 열일곱 번째 밤샘책방입니다. 밤 새워 책을 읽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지 범우사에서 나온 완역판 <돈 끼호테>에서 옮깁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밤샘 독서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군요. 하하.

"그는 이런 종류의 책(기사도 이야기)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매일 밤 뜬 눈으로 꼬박 새웠고, 낮에는 낮대로 아침 동이 틀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오로지 독서에만 열중하였는데, 이러는 바람에 그는 정신마저 잃게 되었다. 

요술, 싸움, 전투, 결투, 부상, 구애, 연인, 번민, 그 밖의 온갖 황동무계한 사건 등 모두 그 엄청난 책에서 읽은 이상야릇한 환상이 그를 사로잡았으며, 그리하여 그가 읽은 숱한 허황된 얘기들이 모두 진실로만 여겨졌고, 그에게는 이 세상에서 그보다 더 확실한 이야기는 없다고 여겨질 만큼 그의 공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말았다."

덧붙인 삽화는 구스타프 도레가 그린 돈키호테입니다. 기사도 이야기에 빠진 돈키호테를 제대로 표현했습니다. 시공사판 <돈키호테>를 구입해야만 구스타프 도레의 삽화를 감상할 수 있으니 아쉽습니다.



돈키호테(속)(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6-2)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출판사
범우사 | 1992-0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속, 돈 끼호떼]는 세르반떼스가 눈을 감기 반 년쯤 전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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