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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18] 회전율(?)이 높은 책

sosobooks 2014. 6. 17. 15:56



[D+218] 책방에서 가장 빨리 판매되는 책을 꼽으면 시집이 단연 1위입니다. 보통 3천원 안팎으로 값이 저렴하니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어서겠죠. 특히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 민음사에서 나온 시집들은 빨리 주인을 찾아갑니다. 

출판사를 따지지 않고, 백석, 윤동주, 이상 시집도 인기있습니다. 좋은 시집을 구해오기가 힘들어서 부러 책방에 팔러오시지 않으면 새로운 시집을 가져다 놓기 어렵습니다. 눈 밝은 분들이 들어오면 바로 찾아가시니 가장 회전율(?)이 높은 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책방에 있는 시집 가운데 팔지 않고 빼놓은 시집이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시선-거대한 뿌리>입니다. 초판도 아닌 중판이고, 새책도 워낙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니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겠다 생각했죠. 오래 전에 신촌 공씨책방에서 구입했었죠. 가까이 두고서 가끔 꺼내 읽습니다. 유일하게 아끼는 시집이라고 해야겠군요.(사진에 보이는 <김수영 전집>은 판매합니다.)

김수영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먼 곳에서부터'입니다.

............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

이 시를 해석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절창이라 생각합니다. 읊조리면 가슴이 아릿합니다.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에서 박경리 선생님이 김수영 시인에 대해 평을 한 문장을 읽은 적 있습니다. 절창을 쓰기 위해선, 아니 시를 쓰기 위해선 먼저 맑은 영혼이 필요한거군요. 아마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이 가운데 가장 선한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백림 사건때, 푸른 수의를 입고 공판장에 나온 사람은 천상병 시인 혼자였습니다. 모두 흰 한복을 입고 나온 속에서 오로지 그 혼자만 이 죄수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후 김수영 시인이 돈을 거둬서 옷을 지어넣고 영치금도 넣게 되었는데 모금에 참여했다 하여 박경리 동지라 쓰인 엽서를 김수영 시인으로부터 받은 적 있습니다. 돈을 쓴 내역에 대한 보고였습니다.

눈이 크고 키가 큰 김수영 시인도 (천상병 시인처럼) 천진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영혼들이 지금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들은 다 소천하고 말았지요. 여기서 우리는 다시 그들의 값어치를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들은 좋은 시를 남긴 시인이었을 뿐일까요? 가난하고 푸대접받았던 그들의 영혼이 그처럼 영롱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거대한 뿌리

저자
김수영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6-07-3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김수영의 시적 주제는 자유이다. 그러나 엘뤼아르처럼 자유를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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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저자
박경리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199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박경리 강의노트 319페이지 1.문학 그것은 무엇인가 2.생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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