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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213] 알프스 소녀 하이디

sosobooks 2014. 6. 12. 16:08


[D+213] <하이디>는 스위스 작가 요한나 슈피리가 188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저는 책이 아닌 만화영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총52편, 즈이요 영상, 후지TV 제작)가 먼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시절 봤는데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질 않는군요.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1974년 제작되었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당시 레이아웃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제작할 당시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은 알프스의 사계절과 주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의 마이엔페르트로 직접 현지 답사를 했습니다. 한국에는 처음 1976년 처음 방영된 것으로 나오는데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방송했습니다.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힘들군요. 하이디의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들던 장면, 하이디가 친구 피터의 눈먼 할머니에게 흰 빵을 선물하던 장면이 희미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요한나 슈피리가 <하이디>를 집필하게 된 이유는 1870년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벌인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영세 중립국이었던 스위스로 피난민이 몰려들었고 피난민들을 돕던 요한나는 책을 써서 그들을 도울 결심을 합니다. 변호사였던 그녀의 남편 베른하르트도 평소 가난하고 불행한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정성을 쏟았다고 합니다. 부창부수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거겠죠. <하이디>는 발표되자마자 유명해졌지만, 정작 그녀에겐 불행이 닥칩니다. 1984년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아이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오래전(2006년)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방'에서 먼지가 잔뜩 묻은 1926년판 J.H. 시어스 출판사에서 펴낸 <하이디>를 발견했었죠. 출판연도가 1926년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몇 쇄를 인쇄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외국 헌책방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상태 나쁜 책들이 20~30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숨
어있는 책방'에서 구한 책은 표지가 약간 뜯어지고 낡긴 했지만 내용은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본문의 테두리에 그림을 넣고 그 가운데에 글을 집어 넣은 편집입니다. 옛 기도서를 보는 듯한 디자인인데, 삽화의 완성도가 아쉽습니다. 모든 장에 다른 그림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크게 4종류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주인공을 등장시킵니다. 하이디와 할름 할아버지, 클라라, 양치기 소년 피터, 그리고 눈먼 피터의 할머니. 그림만 봐도 예전에 보았던 만화영화의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만화영화의 그림과 책의 삽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이디>를 다시 꺼내본 이유는 중앙문화사에서 1985년 펴낸 <알프스의 소녀>가 책방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전집류는 여간해선 펴볼 일이 없는데 삽화가 아름다웠습니다. 전집 중에 이 한 권만 들어왔습니다. 아마 이 책을 번역해서 펴내기 위해 참조한 책이 있을텐데 1980년대만 해도 저작권에 대해 신경쓰지 않던 시절이라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는지 삽화는 누가 그렸는지 책을 뒤져봐도 기록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삽화가 들어있는데 공들여 그렸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면 저도 아이들과 지혜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알프스의 소녀>에서 할름 할아버지와 하이디가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 이 꽃 할아버지에게 드리려고 따왔어요."
하이디는 앞치마의 꽃을 펼쳐 보였읍니다. 그러나, 꽃은 모두 시들어 버렸읍니다.
"어머, 어떻게 된 걸까?"
"꽃이란 햇볕을 좋아하는 법이란다. 앞치마 속은 싫어해, 어서 물을 뿌려 줘라. 그동안 저녁 식사 준비를 할 테니까."
저녁 식사 때, 하이디가 물었읍니다.
"할아버지, 아까 큰 새가가 까악까악 울면서 날아갔어요. 왜 울었을까요."
"그 새는 말이야, 아래 마을에 모여서 서로 짓궂은 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이란다. '당신들도 이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올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말이다."
하이디는 산 위에서 본 불 이야기도 했읍니다.
"해님은 산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제일 아름다운 빛을 내뿜지. 산이 이튿날 아침까지 자기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두 책을 놓고 보니 예전 만화영화도 다시 한번 보고 싶군요. 아래 링크는 누르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 주제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주제곡이 나왔던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