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6] 조지 기싱, <봄의 수상>

[D+206] 5월 20일 책방일기에 <기싱의 고백>(원제 :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효형출판에서 2000년 나왔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다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썼습니다.

어제 책방에 들어온 보퉁이에서 <봄의 수상隨想>을 찾았습니다. '깃싱 저'라 되어 있어 조지 기싱이 아닐까 들춰봤더니 짐작이 맞았습니다.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에서 '1부 봄'만 따로 뽑아 범우사에서 19번째 '범우에세이선'으로 묶었습니다. 현재 '범우에세이선'은 나오지 않지만 대부분 책들이 '범우문고' 시리즈로 나오고 있습니다. <봄의 수상>도 현재 판매중이군요. 값도 2천원 남짓하니 부담스럽지도 않습니다. 전작이 수록되지 않아 아쉽지만 <봄의 수상>만으로도 좋습니다.

이번에 들어온 <봄의 수상>은 1976년 초판본입니다. 값은 280원이었습니다. 책을 싸고 있던 비닐커버는 색이 바래고 바스라지고, 내지도 습기를 먹어 부풀어 올랐습니다. 표지도 얼룩이 많구요. 비닐커버는 조심스레 칼로 뜯어내어 버렸습니다. 책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달달한 묵은 군내가 납니다. 

저번에도 썼지만 조지 기싱은 끊임없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저는 그가 책을 진정으로 사랑한, '애서가'의 전형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손님이 가끔 책방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상상만해도 행복합니다.

<봄의 수상>을 번역한 이창배 선생(당시 동국대 교수)은 조지 기싱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그의 글에는 맑으면서 차지 않고, 잔잔하면서 가라앉지 않고, 노숙하면서 열정적인, 감정과 지성의 무르익은 조화가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여유있게 바라보며, 그 구석구석에서 생활의 즐거움을 눈여겨보는 한 지성인의 조용한 눈초리를 마주치게 된다."

책 정리하다 쪼그리고 앉아 다시 읽어도, 아~ 좋은 문장이 많습니다. 그가 출입하던 책방에 대한 단락이 있습니다. 

"포틀란드 로드역 맞은편에 있던 그 조그마한 책방을 기억하고 잇는 사람이 몇 사람 있을 것이다. 좀 색다른 특징이 있는 책방이었다. 책들은 내용이 딱딱한 종류의 것-주로 신학과 고전-이었고, 대부분이 가치가 없다고 하는 것들이어서 시세도 없고, 실용적인 면에서는 신간물에게 기반을 빼앗긴 묵은 책들이었다. 책방 주인은 신사다운 분이었다. 이렇게 남다른 점과 책에 매겨진 형편없이 싼 가격을 보고 나는 그 사람이 책방을 경영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과 문학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가끔 생각했었다."

흘러가는 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문장은 지금 이 시기에 읽기에 딱입니다.

"인목麟木(비늘나무)이 처음으로 백설처럼 빛나기 시작하던 것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언제나 피어나는 둑 가에서 나는 일찍 피는 푸리무라(양앵초)를 눈여겨 보았고, 덤불 숲 속에서는 아네모네를 보았었다. 미나리아제비로 빛나고 있는 들판이나, 홍황초로 번쩍이는 분지는 내가 오랫동안 응시하던 곳들이다. 나는 보드라운 은빛 털같은 원추형의 꽃이 반짝거리는 버들이 금빛 분말로 찬란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러한 평범한 것들도 보면 볼수록 더 한층 찬미와 경이의 느낌으로 나를 감동시켜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도 이것들은 또 가버렸다. 마음 속에 여름을 그려보면, 즐거우면서도 불안스럽다."

*내일(6월 6일 현충일)은 책방 쉽니다. 오후 늦게 문을 열어둘 수도 있습니다만 책방을 찾으실 분들은 070-8994-4334로 먼저 전화하시면 확인 가능합니다. 주말에는 오후 3시에 문 엽니다.

* 지난 '자소서 특강'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주소창에 복사해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http://www.slideshare.net/victory3217/ss-3533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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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수상 (보급판 문고본)

저자

조지 기싱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03-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기싱의 수필을 읽어 있으면 따스한 봄날의 한일을 느끼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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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싱의 고백

저자

조지 기싱 지음

출판사

효형출판 | 2000-01-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헨리 라이크로프트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성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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