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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8] 책방 계단에 철판으로 만든 알림판을 설치했습니다. 공연이나 전시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여두었는데, 이제 깔끔하네요. 계속 책방 살림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서 책장 위에 얹을 공간 박스도 만들어야 하고, 알림판 아래 설치할 칠판도 만들어야겠군요. 

책방을 열기 전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책방 공간은 천장이 높고 입구가 좁은 직사각형의 기다란 모양였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죠. 그렇게 해야 좁은 공간에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방을 찾는 손님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기도 해야겠지만 헌책방은 들고나는 책을 조율하기 힘들다 보니 어떻게든 공간의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로 창고를 두면 좋겠지만 또 그만한 비용을 들여야 하니까 어렵습니다. 최대한 책 읽기 편한 공간을 유지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갈수록 서가가 늘어날 듯합니다. 어떻게든 창고로 쓸 공간이 필요하다, 절대 책이 줄어들지 않을거라 조언하셨던 선생님들 말씀에 공감합니다. 

가끔 다른 책방이나 작가의 서재를 검색해서 보곤 합니다. 효율성과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책을 진열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죠. 어느 순간엔 책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겠지만 헌책방은 손님이 언제 어떤 책을 찾으실지 모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줄일 수도 없습니다. 결국 끊임없이 숨은 공간에 책장을 만들어 넣고 정리할 수밖엔 방법이 없는거겠죠.

헨리 페트로스키의 책 <서가에 꽂힌 책>에서 옮깁니다. 

"책들은 책꽂이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 뭔가 재미있는 생각을 가지고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며 길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셈이다. 책들은 무도회에서 파트너가 없는 여자들과 같아, 자기 발로 서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처지 때문에 서로에게 기대어 의존하고 있다. 

책들은 토요일 밤 마티가족(텔레비전 드라마 속의 인물들)처럼, 주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이르게 된다. 책가위dust jacket가 덮인 책들은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선 사람들, 줄을 서서 신문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통근자들 같다. 책들은 범인을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세워 놓은 용의자들 같아, 모두 수배자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 가운데 하나만 뽑히게 된다. 책은 탐색의 대상이다."

[사진]은 얼마 전 공방에 가서 '열심히' 만든 책장입니다. 책방을 열며 집에 남겨진 얼마되지 않은 책들을 위해 만들었죠.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제1회 소소책방 실생활 지식공유 특강'이 열립니다. 이전 게시물을 참조하세요.



서가에꽂힌책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출판사
지호(도) | 2001-02-2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391쪽어느날 저녁, 의자에 앉아 책을 보던 저자는 문득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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