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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5] 오래 전 소설가 김성동 선생님을 두 번 뵈었습니다. 2002년 실상사에서 열렸던 강연회에서, 그리고 2006년 인터뷰를 위해 댁으로 찾아뵈었습니다. 청년사에서 나온 <김성동 천자문>에 대해 여쭙고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그 책이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선생님을 뵙고 싶은 마음에 같은 일터에서 근무했던 시인 홍성식 선배가 선생님 댁에 간다는 이야길 듣고 불쑥 따라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반가운 책이 들어왔습니다. 김성동 선생님의 <만다라> 초판본입니다. 1978년 중편으로 발표되었던 <만다라>로 김성동 선생님은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합니다. 신인상 고료가 1백만원이었는데 당시 웬만한 노동자 2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었습니다. <만다라> 초판본 책값은 1800원입니다. 요즘 단행본 소설의 책값과 비교하면 당시 소득수준에 비해 비싼 편이라 생각합니다. 초판본이라해도 워낙 많이 팔린 책이다보니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선데이>에 연재된 '정규웅의 문단 뒤안길'을 보면 "(<만다라>는) 단 몇 개월만에 수십만 부가 팔려나가 어머니와 단칸 전셋방을 전전하던 김성동은 조그마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고, 뒤늦게 장가도 들게 되었다"고 나옵니다. 재정 상태가 나빴던 '한국문학'도 <만다라>의 '대박'으로 출판사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3년 후인 1981년 영화화되면서 <만다라>는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안성기 씨가 주인공 법운 역을 맡았었죠.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6위에 올랐던 것으로 나옵니다.

<만다라> 초판본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을 오랫동안 <동아일보>의 한칸 만화 '동아희평'을 그렸던 시사만화가였던 백인수 화백이 맡아서 했는데, 지금봐도 세련미가 있습니다. 속표지에는 이중섭 화백의 그림이 실려있습니다. 책은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꼴인지 어떤 활자를 썼는지 어떤 종이를 썼는지 어떤 마감을 했는지도 가벼이 넘길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훌륭한 책이 만들진다 생각합니다.

언제 다시 김성동 선생님을 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글을 받았으면 좋겠군요. <만다라>에서 법운이 지암스님을 만나 하는 말입니다. 아마 선생님의 경험이 담긴 문장이 아닐까요. "책 또한 쓸데없는 것"이라는 말이 책방지기의 폐부를 긁는군요. 하하.

"지식따윈 혼자서도 충분히 배우고 익힐 수 있읍니다. 보다도 제겐 커다란 의문이 있는거예요. 학교의 선생님들은 단지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의 전달자일 뿐, 제 의문에 뚜렷한 답을 주지 못했읍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답을 얻고자 저는 닥치는 대로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한계가 왔고, 책 또한 쓸데없는 것이었어요. 저는 벽에 부딪쳤고 우울한 소년이 되었읍니다."

*내일은 정상영업, 현충일은 쉬고, 토요일, 일요일은 정상영업 합니다. 



만다라

저자
김성동 지음
출판사
청년사 | 2005-02-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출간된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의 개작판. 이 작품은 청소년기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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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천자문 (보급판)(하늘의 섭리 땅의 도리)

저자
김성동 지음
출판사
청년사(도) | 2004-01-1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국 양나라의 문인 주흥사가 황제의 명을 받아 지었다는 천자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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