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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4] 지난 4월 9일, 제가 이렇게 메모를 했더군요.

- 알베르토 망구엘은 <책읽는 사람들>에서 "넓은 의미에서 독서라는 행위가 우리 인간이란 종을 정의한다"고 했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보건데, 끊임없이 진화하는 인간이란 종에게 '독서'는 가까운 미래에 '과거의 상징'으로만 남을 듯. 책방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진화를 거부하는 소수의 별종들은 어떻게든 몸부림치며 살아남을 것이다. -

오늘 '2013년 출판계 서점계 통계'(출처 : 한국출판저작권 연구소)를 보니 2인 가구 이상, 책 구입에 쓰는 돈이 역대 최저(월 1만6,878원)를 기록했고, 문구류를 팔지 않는 순수 서점은 2011년보다 127곳이 줄어든 1,625곳 입니다. 

아마 그 수는 갈수록 줄겠죠. 전체 출판시장에서 학습지, 교과서, 참고서, 외국어, 전집류를 제외하고 순수 단행본 매출액은 7.1%에 불과합니다. 단행본을 내는 대부분의 출판사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들었으니 출판시장의 불황은 끝이 없는 듯합니다. 교보문고도 영업이익이 3년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13년에 비해 올해는 나아질까요. 제 짐작으론 나빠지기가 더 쉬울 듯합니다.

책방을 열 때, 한 20년만 '가늘고 길게 버틸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별 일이 없다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세월이 흐를수록 책방 수는 줄어들겠지요. 야위어 가는 책방들 사이에서 소소책방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과거의 상징'으로 남을 지라도 진화를 거부하는 별종이고 싶군요. 

앤 스콧의 <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에서 옮깁니다.

"아톨브라우즈서점은 20년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나는 그 서점을 떠올릴 때면 이상하게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그려진 아름다운 덧없음이 떠오르곤 한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한낮 사이에, 하루아침에 서점이 사라져버리기나 한 듯 말이다. 어쩌면 아톨브라우즈서점은 너무 여렸는지 모른다. 충분히 나이 들기 전에 떠나버린 이 서점은 여름을 나기에 지나치게 옷을 껴입었는지 모른다. 그 화사한 얼굴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2011년 옛 아톨브라우즈서점 터에는 아름다운 예술과 다자인, 꽃이 가득했다. 어쩌면 서점은 늘 그러기를 꿈꿨는지 모르겠다. 서점에 있던 책들을 스코틀랜드 피틀로크리의 서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 서점도 기차역 근처라니 책들은 여전히 기차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에서

[사진]은 도쿄 간다 헌책방 거리에서 찍었습니다.

*내일(6월 4일)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꼭 투표하세요. 책방은 오후 3시에 문을 엽니다.



책 읽는 사람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출판사
교보문고 | 2012-09-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변할 때, 누구도 인도해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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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

저자
앤 스콧 지음
출판사
알마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열여덟 개의 오래된 빛을 찾아 떠나는 애서가의 여행 아름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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