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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183] 오래 전 남긴 메모

sosobooks 2014. 5. 13. 20:43



[D+183] 여기저기 끄적댄 것을 한 곳에 정리하다 4년 전 글을 발견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야릇(?)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바뀌진 않았는데 책방지기로서 소양을 갖추기 위해 요즘은 '무게있는 책'을 읽으려 노력 중입니다. <충돌과 반동> 원고 정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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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4일

1. 
요즘 출퇴근하며 읽고 있는 책은 <요재지이>(자음과 모음). 김광주 선생이 옮긴 책이다. '요기' 가득한 '기기묘묘'한 이야기를 나는 사랑한다. 언젠가 도보여행가 김남희 선배에게 만화가 이토 준지의 책을 선물했었는데, 취향이 '변태'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뭐~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피만 난자하는 단순무식한 공포물은 사절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깜깜한 밤 스멀거리며 기어나오는 흐릿한 악몽같은 이야기가 좋을 뿐이다. 

2. 
한때 적막함을 맛보기 위해 강화도 폐교 숙직실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깜깜한 밤 폐교의 어두운 복도를 걷거나, 운동장 한켠에 앉아 고요를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이 재미는 곧 몰려든 '인파'(?)로 사라져버렸지만.... 경희궁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방공호 깊숙이 홀로 들어갔을 때도 짜릿한 느낌이었다. 지금 세상에는 너무 많은 빛이 존재하고, 빛은 인간이 가진 태고의 능력을 앗아간다. 어둠 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순간 무뎌졌던 감각이 순식간에 살아나는 느낌이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영혼의 우물은 깊어진다. 

3. 
다음 달 출간 예정으로 지금 만들고 있는 사진집은 사진가 이갑철 선배의 <충돌과 반동>이다. <윤미네 집>과 마찬가지로 복간이다. 영(靈)과 혼(魂)의 에너지로 충만한 <충돌과 반동>은 걸작이다.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갑철 선배의 '스타일'에 탄복한다. 2002년 출간된 <충돌과 반동>(바른세상)은 사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사진집을 복간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영광이 내게 주어지다니, 나는 참 행운아다. 



요재지이

저자
포송령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02-08-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서유기, 금병매, 삼국지 등과 함께 중국의 8대기서의 하나로 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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