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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184] 책에 메모하는 법

sosobooks 2014. 5. 14. 20:40



[D+184] 책에 메모를 하거나 쪽을 접거나 하는 것을 마뜩지 않게 생각해 가능하면 깔끔하게 다루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읽는 행위를 포함해) 책을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에 대한 태도나 방식은 온전히 개인의 기호에 달린 것이지 옳고 그르다 말 할 수 없겠지요. 헌책방 책방지기 입장에선 깨끗한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깨끗한 책만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독서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메모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단순히 '깨끗한 책'보다 책의 값어치가 올라갑니다. 특히 저자의 메모와 수결이 담겨 있는 책이라면 두고두고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단순한 사인본과는 격을 다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책은 만나기가 힘듭니다.

저는 문장이 마음에 들거나 첨언하고 싶은 경우엔 포스트 잇이나 지우기 쉬운 연필로 표시를 하고 수첩에 옮겨 씁니다. 형광펜이나 볼펜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사용 하지 않죠. 포스트 잇을 붙일 때도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안쪽으로 접습니다.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에 보면 효과적인 써넣기 방법에 대해 나옵니다.

1. 방선을 친다. 중요한 곳이나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곳에 선을 친다.
2. 행의 첫머리 여백에 횡선을 긋는다. 이미 방선을 친 곳을 강조하기 위해서, 또는 밑줄을 치기에 너무 길 때.
3. ☆표, ※표, 기타의 표를 여백에다 한다. 이것은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 책 가운데 몇 군데의 중요한 기술을 눈에 띄게 하는 데 쓴다.
4. 여백에 숫자를 기입한다. 논의의 전개에 따라 요점의 변천을 나타내기 위해서.
5. 여백에다 다른 페이지의 넘버를 기입한다. 같은 책의 딴 곳에서 저자가 같은 말을 하고 있거나, 이것과 관련되거나 모순되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 각처에 흩어져 있는 같은 종류의 발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을 비교 참조하라는 의미로 cf.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6. 키워드를 ㅇ(동그라미)로 둘러싼다. 이것은 밑줄을 치는 것과 대개 같은 효과가 있다.
7. 페이지의 여백에 써넣기를 한다. 어떤 곳을 읽다가 생각난 질문이나 대답을 기록하기 위해서, 또 복잡한 논의를 간단한 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주요한 논점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이것을 한다. 뒤표지의 면지를 사용하여, 나오는 차례대로 요점을 메모하여 자기 전용의 색인을 만들 수도 있다.

학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전문적인 써넣기 방법입니다. 이 일곱 가지 방법만 잘 활용해도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숫자를 매기지는 않았지만 일곱 가지 방법 외에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표지 면지'의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앞표지 면지를 이용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자신의 생각을 써보라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면지에 빼곡하게 자신의 독후감을 남길 수 있다면 "경제적 소유권을 나타내는 장서인과는 다른 지적 소유권"을 완벽하게 주장할 수 있겠군요.

모티머 J. 애들러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어느 책에서나 최대의 것을 얻기 위해서는 행간에 숨은 뜻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행간에 글을 써 넣으며 읽도록 권하고 싶다. 이렇게 하면 아마 가장 효과적인 독서를 하게 될 것이다. 책을 소유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옷이나 가구처럼 값을 지불하여 얻는 소유권이다. 그러나 완전한 소유는 책을 자신의 일부로 하였을 때만 성취된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책의 일부로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속에 글을 적어 넣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저로선 행간에 글을 써넣는 방법은 실행에 옮기기란 힘들겠군요. 평생 가져갈 책이면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이태준 선생의 <무서록> 실린 글 중 '책冊'과 1960년도에 나온 모윤숙 씨의 <렌의 애가> 뒤표지에 있는 로맹 롤랑의 글 '희원希願'에 포스트 잇으로 새김을 해둔 겁니다. 책을 읽었던 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기억력을 확장하는데 메모와 포스트 잇만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독서의 기술

저자
모티머 J.애들러, 찰즈 밴 도런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고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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