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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1] 시간 여유가 있으면 스쿠터를 끌고 '책방유람'을 다니는데 얼마 전 전주에 있는 우주계란에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책방지기님은 만나질 못했지만 함께 공간을 꾸리는 바늘소녀 슬기님과 이야길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최종규 작가님이 꾸리는 전남 고흥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제주도 책밭서점, 읽으멍 자라멍, 강정마을 통물도서관, 순천 형설서점 등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귀를 기울이고 이야길 듣습니다. 

책방을 열기 전에도 열심히 책방을 다녔고, 책방지기가 되고 난 다음에도 열심히 다니며 어떻게 하면 제대로 책방을 꾸릴 수 있을까 답을 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답은 없는 듯합니다. 

동네책방(새책방 헌책방을 모두 포함해)이 사양업종인 것은 명약관화하고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책방을 시작한 것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예전부터 '그냥'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꽤 오래 준비하기도 했구요.

며칠 전 나이 지긋한 손님께서 책방을 둘러보시곤 제 앞에 앉으셔서 그러시더군요. "요즘 같은 세상에 헌책방을 차리다니 바보나 할 짓이지." 오랜 세월 책을 가까이하고 책방을 다닌 어르신의 애정 담긴 말씀이었습니다. 뭐 바보까진 아니지만 매우 실없고 허당이긴 합니다만. 파하하.

우주계란에서 구입한 최한샘 님의 <뉴욕의 책방>을 읽는데 현실은 글처럼 냉혹합니다.

"겉보기엔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책방들이 대형서점 체인과 아마존의 공세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노란 불빛의 서점으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몸부림을 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지는 뉴요커가 아니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의 책방>을 써 나가는 도중에도 몇몇 작은 책방들이 힘겨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모습은 마치 응급실에 누워 있는 응급환자의 모습처럼 위급해 보였지만 많은 도움의 손길로 수혈을 받아 다행이도 살아 날 수 있었다. 

뉴욕의 책방들의 상황을 보며 난 우리나라의 책방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와 무지막지한 자본의 힘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쓰러져갈 수밖에 없었던 작은 책방들이 생각나 아쉽고 또 안타까웠다."

어쨌거나 현실이 여하튼 처음 세웠던 여덟 가지 운영원칙을 흔들림없이 지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끊임없이 궁리하겠지만 놀아야 할 때는 놀겠습니... 쿨럭. 

[사진]은 우주계란+바늘소녀 공작소에서 촬영했습니다. 정말 예쁜 곳이더군요.



뉴욕의 책방

저자
최한샘 지음
출판사
플레이그라운드 | 2012-12-2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북러버들이 꿈꾸는 뉴욕의 노란 불빛 서점들을 만나다 ‘서점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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