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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2] 지난 1년, 책갈피를 꽤 많이 모았습니다. 책정리를 하다 나오는데로 종이컵에 담아두었는데 종류가 다양합니다. 출판사에서 만든 책갈피는 주로 신간 소개나 시리즈물 홍보, 작가 사진을 담는데 비해 서점에서 만든 것은 풍경 사진이나 예쁜 그림에다 명언이나 시구를 넣은 것이 많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오오타 케이분おおた慶文의 '소녀'군요. 서정윤 씨의 시집 <홀로서기>가 베스트셀러였을 때 오오타 케이분의 작품에 홀로서기 시구를 넣은 문구류 표지가 많았습니다. <홀로서기>는 300만 부나 팔렸는데 아마 시집으론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요. 그런데 얼마 전 그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도 패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씁쓸합니다. 

어쨌거나, 1990년 전후로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오오타 케이분의 작품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공책, 연습장, 책받침 등 온갖 문구류 표지에 그의 그림과 '홀로서기'가 쓰였으니까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 전재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 그림을 일본 작가가 그렸을 거란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몇 년 전 일본 여행 중 헌책방에서 그의 화집을 우연히 보고서야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951년생인 오오타 케이분은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며 홀로 그림을 공부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판타지'에 가까워 실제 모델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오가와 노리코, 고토 쿠미코 등 당시 인기있던 아역 탤런트와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모델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을 단순화하면 미츠루 아다치 만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스타일과 비슷할 듯합니다. 홈페이지(http://keibun.info/)를 찾아보니 2004년 이후론 더 이상 작품집이 나오지 않군요. 2015년도 달력은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방 책갈피를 만들 계획인데 '소녀'보다는 역시 '책 읽는 부엉이'가 들어가는게 낫겠군요.

*내일 밤 9시에는 <손바닥에 쓰다> 출판 기념 낭독회&공연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