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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11] 서가 한 칸의 적당한 높이는 얼마일까요. 제 생각엔 230mm가 가장 적당한 듯합니다. 대부분 단행본의 높이는 220mm 내외입니다. 잡지나 동화책, 사진집, 사전, 도감류를 제외하면 말이죠. 기성품 서가는 한칸의 높이가 300mm 내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단행본을 꽂으면 공간이 많이 남습니다. 폭도 300mm 내외인데 책을 꽂으면 앞부분도 빈자리가 큽니다. 먼지가 쌓이기 십상이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행본 형태는 A5신판(신국판)입니다. 정규격 A5판(A4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 148X210mm)보다 가로세로가 약간 더 큽니다. 153X224mm 크기입니다. 서가의 높이를 230mm로 하면 손가락 끝이 딱 적당하게 들어가서 책을 꺼낼 수 있습니다.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이 높이를 가진 기성품 서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중간 선반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서가는 많지만 애매한 치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구회사 '두닷'에서 나온 책꽂이 중에 스툰 시리즈가 있는데 전체 서가 높이가 2114mm에다 중간선반을 추가해 9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신국판을 꽂을 수 없는 애매한 높이라는 겁니다. (두닷은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써보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단지 한 가지 예일 뿐이고,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여러 가구 브랜드의 '매우' 다양한 서가들을 검색해보고 치수를 따져봤습니다. 결국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은 이케아에서 나온 '빌리' 시리즈더군요. 이 제품을 보고 "이 서가를 디자인한 사람은 무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케아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라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빌리' 시리즈는 기성품 서가 가운데서 가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었습니다. 아마 이케아가 승승장구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테죠. 서가 뿐만아니라 어떤 상품이든 소비자와 사용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저는 결국 '빌리'를 구입하길 포기하고 꽃바람 공방에 가서 목공을 배웠습니다. [사진] 속 서가가 제가 만든 것 중 하나인데 아래 3단의 한 칸 높이를 230mm로 맞췄습니다. 폭은 180mm로 거의 남는 공간이 없습니다. 필요한 공간에 딱 맞는 서가를 짜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죠. 국내 가구회사에서도 '빌리' 같은 서가를 저렴하게 만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텐데요. 아쉽습니다. 

데이미언 톰슨의 <책과 집>(오브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책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건 역시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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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를 들여다보면 주인의 흥미와 성격이 보인다. 그 비슷한 맥락으로 책이 자신의 일부임을 느끼기에 우리는 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책이며, 죽고 나면 하나님이 직접 교정을 봐주시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캐나다 소설가 로버트슨 데이비스는 말했다. "진정 위대한 책은 어려서 읽고, 커서 다시 읽고, 늙어서 또 읽어야 한다. 훌륭한 건물을 아침 햇살 속에 보고, 점심 때도 보고, 달빛 아래 다시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대로라면 책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또 늘었다. 이렇게 한번 손에 넣으면 내놓질 않으니, 현대식 로프트에 살든, 빅토리아 풍 연릭주택이나 조지 왕조풍 대저택에 살든 책을 보관하고 정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 이번 주말 책방 쉽니다.



책과 집

저자
데이미언 톰슨 지음
출판사
오브제 | 2011-12-20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책은 반드시 책장에 넣어야 한다. 책장은 반드시 집에 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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