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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0]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채우기 위한 것보다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학교를 다니는 시기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더 진지한 목적도 존재하겠죠. 하지만 저에게 독서란 유락愉樂을 위한 것입니다.

책 이외에도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도구(물건)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제 기준으로 보자면 책 뿐만 아니라 카메라, 스쿠터, 자전거, 맥주, 커피... 등등이 있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 값어치를 따진다면 아무래도 책읽기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어제는 저녁에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더군요. 비 내리는 고요한 밤 맥주나 커피 한 잔 놓고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은 진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줄줄이 약속이 있어 자정이 넘어 집에 돌아가선 그냥 자기 바빴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가'해야 합니다. 바쁘면 책을 가까이 하기가 힘들죠. 독서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조건은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단순한 삶이 아닐까요. 미하엘 옌데의 <조나단 길프씨의 허무한 인생 이야기>(청조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많은 책을 읽는다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풀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까요. 삶을 이해하는데, 책은 꾸러미에 매달린 작은 열쇠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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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비가 내릴 때

나는 청춘을 잠으로 허비하며 모든 시간을 탕진했다. 나는 내가 아는 중요한 것을 기다렸다. 전선의 야간보초 때처럼, 인생은 시냇물처럼 지나갔고. 밤에 비가 내리면 어제의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고 좇는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찾았지만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일찍 베여지는 풀과 같다.

나는 많은 책을 공부하며 지식을 찾아 숱한 노력을 했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태양이 솟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새 졌다. 그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비가 내린 어느날 밤, 모든 발자국은 사라졌다. 나는 내가 처음 앉았던 그곳에 앉았다. 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나이다.

*사진은 진주 옥봉동 골목길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