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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1] 나의 청춘을 풍요롭게 했던 것, 8할은 만화였다...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시간을 만화방에서 보냈죠. 지금도 만화를 좋아합니다. 예전처럼 신간이 나오길 목 빼고 기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책방에 가면 만화책 코너 서성이길 좋아합니다. 

이번에 책방을 정리하면서 도저히 팔 수 없는 만화책은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박건웅 작가의 <꽃>, <노근리 이야기>(새만화책),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아름드리미디어), 김수정 작가의 <일곱개의 숟가락>(태영문화사)... 등등 여럿입니다. 

고우영 선생님의 <임꺽정>(우석)은 어쩔까 고민하다 그대로 두었는데 오늘 팔렸습니다. 검색해보니 온라인 중고장터에 초판본이 9만 원에 올라와 있더군요. 구하기 힘들긴 하지만 그 가격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3만 원에 드렸습니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오던 것도 절판이 되어 아마 값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어쨌거나, 책 욕심을 버리고 파는데 신경을 써야하는데 오히려 내놓기가 아까워 집으로 들였으니 수련이 모자랍니다. 사실 애지중지하던 만화책들이 팔려나갈 때는 마음이 아픕니다. 절판된 만화책들은 꽤 어렵게 구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렇죠.

인쇄 매체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바로 만화라 생각합니다. 캐릭터, 스토리, 작화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만화는 그 자체가 예술이죠. 스콧 맥클루드는 <만화의 이해>(시공사)에서 "만화의 핵심은 완결성 연상의 힘을 빌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춤"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어색한 문장입니다만...

계속 그의 말을 빌리면 "만화는 위대한 균형의 예술입니다. 빼는 것, 더하는 것... 그러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균형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림과 글의 균형"이라고 말합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균형이야말로 만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겠지요.

위대한 철학자였던 버틀런드 러셀의 삶을 그린 만화 <로지 코믹스>(랜덤하우스)에서 작가이자 극중 화자로 나오는 아포스톨로스와 크리스토스의 대화[사진]가 '만화의 매력'을 아주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영웅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만화보다 나은 것은 없죠.

크리스토스 : "자네가 <토대를 찾아서>에 쏟는 열정은 이해하지만 말이야, 왜 하필... 만화책인가."
아포스톨로스 : "그토록 위대한 목표를 추구했던 영웅들 이야기에 만화만 한 게 없으니까."
크리스토스 : "그렇군! 도널드 덕에서 슈퍼맨을 거쳐 버트런드 러셀까지!"

*이번 주말 책방 쉽니다.



로지코믹스

저자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 | 2011-02-14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버트런드 러셀의 생애와 서양사상사가 한눈에! 컴퓨터 발명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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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저자
스콧 맥클루드 지음
출판사
드래곤북스(시공사) | 2002-09-06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만화의 이해」는 대중 예술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교양인문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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