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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5] 어제 다시 <손바닥에 쓰다>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들고 나는 회원 없이 올해도 그대로 갑니다. 다시 1년 동안 '창작의 고통'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지 않는 한 문장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그리 없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수련'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누구나 갖는 열망이지만 실제는 글 쓸 일이 잘 없습니다. 쓴다 해도 '단문'이 대부분입니다. SNS에 올리는 짧은 문장도 완전한 문장으로 짓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짧은 글일수록 제대로 써야 격이 생기지 않을까요. 글이란 말과 달라 문법을 지켜야 합니다.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기조차 말이죠.

박목월 선생님은 <문장의 기술>(현암사)에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이미 누구에게 읽히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루어지는 행위라 할 수 있읍니다. 아무리 비밀에 속하는 사실을 혼자 보관하기 위하여 기록해 둔다 하더라도, 어떤 기회에 누가 읽게 될지 모르는 일이며, 그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세상에 알릴 수 없는 일이라면 "그의 가슴에 묻어 둘 도리밖에" 없겠지요.

갖춘 글과 갖추지 못한 글의 전달력 차이는 큽니다.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독자를 생각한다면 쉽고 간명한 문장이 최고겠지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드물게 타고난 문재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글쓰기는 재능보다 오히려 꾸준한 독서와 습작이 바탕입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문장가 구양수는 삼다법三多法이야말로 최고의 문장 수련법이라고 했습니다. 간다看多, 주다做多 , 상량다商量多... 좋은 문장을 많이 읽고, 많이 짓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삼다법입니다. 꾸준히 읽고 쓴다면 누구나 좋은 문장을, 훌륭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 '기준'을 잡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이 있지만) 이태준 선생님의 <문장강화>(창비)나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글 바로쓰기>(한길사)를 추천합니다. 

앞서 인용한 박목월 선생님의 <문장의 기술>도 참 좋은 책인데 절판되어 구하기 힘듭니다. <문장강화>처럼 현암사에서 요새 쓰는 글월로 바꾸고 풀이를 넣어 이 책을 다시 펴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정성 들여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오래 널리 읽힐 만한 책이 될 텐데요.

<문장의 기술>에서 옮깁니다.

......

인간의 생활은 문장 속에 묻힌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이 쓰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의 양은 현대 생활의 복잡성과 정비례하여 늘어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글 쓰는 것을 나는 싫어하네.'하고 문장을 외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문장을 잘 쓰고 못 쓰는 것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로 문장이 소중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문장이야말로 인간 생활에 가장 필요한 실질적인 연장이요 무기라는 뜻입니다. (중략)

'문장을 쓰지 않으면,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너르게 사회적인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또한 자기의 존재 영역을 그 자신의 행위 범위 밖으로 확장시키지 못한다.' 이 말을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장강화

저자
이태준 지음
출판사
창비 | 2005-03-10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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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책소개
새로운 감각으로 꾸민 글쓰기 공부의 고전(古典) 오랫동안 사랑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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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바로쓰기. 1

저자
이오덕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일제 군국주의 식민지 노예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육현실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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