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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6] 새해가 되면 "올해는 책 좀 읽어야겠다" 다짐하죠. 하지만 다짐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완전히 책을 손 놓았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종이에 박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권을 읽을까 정해놓고 독서를 하는 것보단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그와 관련된 책을 사보는 것이 어떨까요. 저 같은 경우엔 사진이나 목공 , 책방에 관한 책이라면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장바구니에 담아두거나 다른 책방에 갈 때라도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구입합니다. 관심 분야에 관한 책이라면 읽기도 속도가 나고 무엇보다 막힘이 있을 때 여러 책을 놓고 참조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인터넷 정보로 풀 수 없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평생 내가 즐기거나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면 이렇게 모은 책들이 세월이 흐른 후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타가 되겠지요.

조선 영조시대 사람이었던 김서행(1724~1793)은 아홉 살부터 서른여덟 살까지 서른 해동안 읽은 책의 목록과 읽은 횟수를 기록해 <죽서독서록竹西讀書錄>을 남겼습니다. 죽서는 그의 호입니다. 벼슬은 신령현감(종5품)을 했으니 높은 관직에 있지 않았으나 그의 독서록은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두텁다 할 수밖에요.

당시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의 필독서가 망라되어 있는데, 그가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것은 <맹자>의 '양혜왕' 상편입니다. 마흔다섯 번 읽었다 기록되어 있습니다.(스물한 살) 젊은 시절 약소국이었던 진나라를 도와 양혜왕이 다스리던 위나라를 치고 전국시대를 끝낼 기반을 닦은 상앙에 마음이 빼앗겼던 걸까요. 아니면 진나라를 강건하게 만들었던 법가사상에 관심이 있었던 걸까요. 

5년 후인 스물여섯에는 <장자> '양생주'편을 마흔 번 읽습니다. 그 사이 과거 시험에 낙방했던 것일까요. 기록을 찾아보니 그가 생원시에 합격했던 것은 서른여섯(1759년 영조 35년 기묘 식년시), 늦은 나이였습니다. 오랜 세월 공부하였으나 늦은 나이에 입신했습니다. 장자를 열심히 읽었던 그 시기는 방황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요.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장자> '양생주'편과 <노자> 제20장을 같이 옮겨봅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나 읽기가 부질없다 해도 멈출 수 없지요. 과거나 시험 공부를 위한 독서라면 질색하겠지만 말입니다. 하하. 새해 독서 계획을 세우신 분들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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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生也有涯, 而知也无涯. 以有涯隨无涯, 殆已.
(오생야유애, 이지야무애. 이유애수무애, 태이.)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앎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니 이는 위태로운 일이다.

絶學無憂
(절학무우)
배우기를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진다.

*사진은 제주도 협재 바닷가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