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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7] 책방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 중 첫 번째가 아이들 전집류 매입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일찍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 비싼 값에 전질을 구입하고선 시간이 지나 책방에 파시려는 거지요. 정확히 헤아려 보지 않았지만 열에 다섯은 그 전화인 듯합니다.

어렸을 때 구입했던 전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짐짝 취급을 받습니다. 이사를 할 때 특히 애물단지죠. 헌책방에서도 어린이 전집류는 악성재고(?)로 분류됩니다. 이런 책은 가까운 사람에게 물려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되면 자연스레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길 바랍니다. 전집류를 구입하는 엄마들의 '물량 공세'가 저는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더군요. 사둔다고 해서 아이들이 책을 보는 건 아닐 겁니다. 전집을 샀다면 잠자기 전 부모님이 읽어준다면 본전을 뽑고 남음이 있겠지요.

(출판사가 이 글을 읽는다면 좋아하지 않겠지만) 전집류는 아이들에게 괜한 부담만 안길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이나 책방에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겁니다. 절대 아이들에게 '강권'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연스레 책을 읽는다면 아이들도 그리 따라하기 쉬울 겁니다. 물론 부모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이들도 책을 좋아할거라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책에 대한 부담은 없겠지요. 아이들에겐 책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훨씬 재밌고 친한데 부모가 책 읽으라 다그쳐봐야 소용없습니다. 억지로 읽는 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책방을 열고부턴 독서도 천정天情과 관련이 있지 않나 여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교육과 훈련으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타고난 성품이 책과 가까운 사람이 있지 않나 하구요. 섣부른 판단이겠지요.

이병주 선생의 산문집 <백지의 유혹>(연려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쨌거나 독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억지로' 시키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재미를 무엇과 비기겠습니다.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 산수유 좋다고 광고하는 그 사장님 심정입니다. 

"독서를 권한다고 해서 독서열이 높아질 까닭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말을 한다 해서 독서하는 버릇을 버릴 사람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독서인의 무문곡필적 행동보다 무지렁이의 강변強辯이 때론 청랑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너는 어떻게 할 건가고 물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서적과 더불어 낙오하는 편을 택하겠다고나 할까."

*[사진]은 중국 시안에서 찍었습니다. 길을 가면서도 책을 보는 아이 모습이 기특하더군요. 입꼬리를 귀에 걸어놓고 셔터를 눌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