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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56] 이번에 책방 내부를 정리하면서 커다란 양면 서가를 얻어온 덕분에 남은 목재(스프러스 판재 19T)를 재단해 집에 쓸 서가를 만들었습니다. 높이 212cm(높이 조절발 포함), 폭 80cm, 깊이 24cm, 8단 서가 4개를 만들었습니다. 맨 아래 칸에는 서랍을 만들었습니다. 콘센트나 전등 스위치 위치 때문에 뒷판 높이에 신경써야 했죠.

각 칸의 높이는 24cm(내경)입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단행본의 크기(신국판)가 22cm 내외이기 때문에 높이는 24~25cm가 가장 적당합니다. 헌책방에 가보면 최대한 책을 많이 꽂기 위해 슬라이딩 서가가 있는 곳도 많습니다. 예전 많았던 도서대여점도 그렇구요. 이번에 만든 서가들은 나름 '공간효율극대화형' 서가입니다.


기성품 서가인 경우 다보를 써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도 애매하게 여유가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서가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했는데 결국 공간에 맞게 직접 짜는 수밖엔 방법이 없었습니다. 책방을 하기 전 다른 책방지기님들을 뵐 때마다 서가에 대해 여쭈었는데, 서가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직접 만든 분들이 많더군요.


집에서 쓸 서가라면 높이를 205cm 이하로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출입문 높이가 210cm였는데 이보다 약간 커서 혼자 옮기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오래된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높이가 이보다 낮을 수도...) 폭은 80cm가 딱 적당한 듯합니다. 스프러스 목재는 물러서 가공하긴 쉬운데 가운데 지지대가 없이 이보다 넓게 만들면 책을 많이 꽂으면 휘어질 가능성도 있겠더군요.


만든 책꽂이를 안방에 하나 넣고 나머지는 거실에 배치했습니다. 따로 서재가 없어서 안방 책상에서 주로 책을 읽는 편인데 아끼는 책들은 안방 서가에다 넣었습니다. 거실에 있는 책들은 책방 창고 대신입니다. 언젠가는 모두 책방으로 내보내겠지요. 책의 가치는 그때그때 달라서 안방에 있는 책들이라도 이별해야 할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관심사에 따라서 책의 가치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집으로 가져가진 않았지만 책방 책상 위엔 슬슬 '모터바이크'에 관한 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목공에 관한 책을 모았는데, 봄이 오면 역시 스로틀 '땡기는' 재미가 먼저지요. 하하.


지금은 절판된 잡지 <브뤼트> 2009년 9월호에 출판기획자 김영훈 님이 지난해 작고한 김열규 선생님의 서재를 방문하고 남긴 글입니다. '방치된 책들의 서가'와 함께하는 인생은 학자뿐만이 아니라 책방지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만든 서가들은 오래오래 함께할 듯싶습니다.


"서재의 정리는 그 책들의 고귀함에 비할 데 없이 허술했다. 방치된 책들의 서가는 어렴풋이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독서를 위한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책들이 화석처럼 낡은 책장 안에 고스란히 꽂혀 있었다. 그 모든 책을 자루에 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7월의 더위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멈춰버린 시간 속에 있었다. 나는 그 방에서 홀로 머물며 낡은 책에 잠시 취했다."


*[사진]은 안방에 넣은 서가입니다.